아이도, 사랑도, 에너지가 있어야 지킨다.
스마트폰은 충전하면서, 나는 왜 안 할까?
스마트폰 배터리가 1% 남으면 우리는 모든 일을 멈추고 충전기를 찾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의 배터리가 1% 남았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대부분의 부모는 “조금만 더 참자”며 하루를 버팁니다.
아침에 급하게 도시락을 싸다가 국을 엎질렀을 때,
회의 중에 울린 학원 차량 지연 문자를 받았을 때,
그 순간부터 하루의 인내심이 바닥을 치는 경험,
아마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방전된 부모의 육아는 사랑을 전하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짜증과 예민함을 아이 마음에 ‘부채’처럼 남깁니다.
미국심리학회(APA, 2023)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부모는 평소보다 감정 조절력이 35% 감소하고,
아이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사랑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한 초등 3학년 아이가 상담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저를 사랑하는 건 알겠는데, 요즘은 표정이 무서워요.”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는 기본 욕구 중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사랑’과 ‘성취’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부모의 수면, 건강, 마음의 안정이 무너지면
사랑조차 지속하기 어려워집니다.
사랑은 마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지탱하는 체력과 에너지에서 나옵니다.
‘좋은 엄마’의 기준은 왜 이렇게 높은가
아침에 깨우고, 도시락 챙기고, 숙제 확인하고, 학원 스케줄 관리하고…
이 모든 걸 하면서도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문제는, 하루라도 예민하게 굴면
“내가 나쁜 엄마인가?”라는 죄책감이 따라온다는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모성 이데올로기(motherhood ideology)’라고 부릅니다.
사회가 만든 ‘완벽한 엄마’ 기준이
개인의 한계와 무관하게 적용되면서,
번아웃을 부추기고 자기 비난을 강화합니다.
쉼은 이기심이 아니라 전략이다
비행기 안전 안내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산소마스크는 아이보다 먼저 부모가 착용하십시오.”
뇌과학적으로, 기분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은
만성 피로나 수면 부족 상태에서 기능이 떨어집니다.
즉, 쉬지 않으면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과잉 반응하게 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Harvard Medical School, 2021)에 따르면,
일상 속 취미·산책·명상 같은 짧은 회복 활동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20~30% 낮춘다고 합니다.
빈 컵으로는 아무리 좋은 차도 못 따른다는 말처럼,
마른땅에 꽃이 필 수 없듯,
지친 마음엔 사랑도 싹트기 어렵습니다.
쉼은 이기심이 아니라,
오래 달리기 위한 연료 보충입니다.
혼자 지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세대
우리는 자라면서 혼자 충전하는 법, 혼자 쉬는 법을 거의 배우지 못했습니다.
‘함께’ 하는 법은 학교·가정에서 배웠지만,
‘혼자서 나를 회복시키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결핍은 자녀에게도 그대로 전해집니다.
쉬는 법을 모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스스로 에너지를 채우는 법보다,
타인의 기대와 일정에 맞추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유산(emotional legacy)’이라고 부릅니다.
좋은 습관뿐 아니라, 회복하지 못하는 패턴까지도
세대 간에 전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책 보다 중요한 건 에너지의 균형
육아 서적 수십 권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육아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책의 지식이
‘해야 할 일 목록’으로 변해
부담과 죄책감을 키우기도 합니다.
하버드대 발달심리 연구에 따르면,
아이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부모의 안정된 정서 상태입니다.
즉, 엄마와 아이의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어떤 교육 방법보다 우선입니다.
방전 예방 루틴 만들기
- 수면: 최소 7시간. 주말에는 ‘보충수면’ 계획하기
- 몸 쓰기: 하루 10분이라도 바깥공기 마시기
- 나만의 시간: 하루 10분 ‘무(無) 대화’ 시간
- 관계 거리두기: 감정 소모가 큰 대화는 뇌가 깨어있을 때만
작은 습관이 모이면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아집니다.
그 결과, 예측 불가능한 육아 변수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부모가 됩니다.
나를 아끼는 연습
비교와 불안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엄마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아끼는 연습입니다.
그리고 매일 이렇게 말해보세요.
“나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회복하는 심리적 훈련입니다.
내가 나를 인정할 때,
비로소 아이에게도 인정과 여유를 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무너지면, 육아도 무너진다
도로가 무너지면 차가 달릴 수 없듯,
부모가 무너지면 아이의 안전감도 무너집니다.
오늘 하루, 아이를 위해서라도 잠시 멈춰서
내 마음과 몸을 점검하세요.
오늘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부터 에너지를 채우세요.
지친 부모의 사랑은 오래 못 가지만,
충전된 부모의 사랑은 평생 갑니다.
Parenting insights by Prof. Seong-G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