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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작은 친절과 기쁨

#21 휘게라이프

by monolab

노곤노곤한 오후만큼 만족스럽고 편안하며 알차게 느껴지는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면...





#21 휘게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 마이크비킹 지음, 정여진 옮김

여유있는 오후 느긋하게 1h



'휘게(hygge)'를 어떻게 발음하든, 심지어는 철자를 어떻게 표기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 곰돌이 푸가 말했듯 감정은 "설명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니까. ... '휘게'는 사물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정취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느낌과 관련이 있다. 집에 머무는 느낌, 안전한 느낌,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 그래서 긴장을 풀어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p4


사실 행복과 관련한 여러 조사에서 덴마크가 선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지 모델 덕분이다. 안정적인 복지 모델이 존재하면서 국민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말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덜 불행한 나라라는 말이 더 알맞다는 생각을 해본다. -p18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휘게는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분위기와 더 가깝다. 여러 면에서 휘게는 '느리고 단순한 삶'의 덴마크인 사촌이라고 할 수 있다. ...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옷을 입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여름휴가 기간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것 모두 휘게다. 단순함과 겸손함은 휘게의 중요한 미덕일 뿐만 아니라 덴마크의 디자인과 문화 전반의 미덕이기도 하다. 덴마크의 디자인은 단순함과 기능성이 매우 뛰어나다. ... 간단히 말하자면, 화려할수록 덜 휘겔리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p24


휘게를 극대화하는 데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양초보다 더 비싼 뭔가를 구입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휘게는 돈을 더 많이 소비함으로써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정반대된다고 할 수 있다. 휘게는 시장 자본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개인의 행복에는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친다. 휘게는 삶의 가장 단순한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며 거의 아무런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27


감사함에 대해 연구하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심리학과 교수 로버트A.이먼스에 따르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남을 기꺼이 돕고자 하는 마음도 더 크며 또한 덜 물질주의적이라고 한다. ... 인간의 감정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 특히 긍정적인 사물이나 현상에 빠르게 적응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똑같은 사고방식에 갇히는 일을 경계하고 감사해야 할 새로운 일들을 계속해서 떠올려야 한다. 이먼스 교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현재 소유한 것들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결국 그것들을 더욱 감사히 여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길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실린 '노스탤지어: 내용, 계기, 기능'에 따르면, 노스탤지어는 긍정적인 생각을 품게 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며, 자존감을 드높인다. 행복과 휘게가 '지금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는 것이라 할지라도, 행복과 휘게는 미리 계획되고 차후에 회상되기도 한다. 휘게와 행복의 연관성은 현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에도 있는 것이다.-p29


행복에 대해 강의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청중들에게 눈을 감고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간혹 이러한 요청에 약간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는 강의실에서 공개적으로 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사람들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을 때면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평화로운 미소가 강의실을 온통 환하게 밝힌다. 그 행복했던 순간에 당신은 혼자였는지, 아니면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물으면 10명 중에 9명은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대답한다. ...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이유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뚜렷하게 발견되는 특징이 바로 '좋은 대인관계'다. -p61


2008년, 영국에서 실시된 연구, '친구, 친척, 이웃에 가격표 매기기-삶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로 대인관계에 값을 매기기'에 따르면, 사교 활동에 많이 참여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증가했으며, 이는 연 8만 5,000파운드의 추가 수입을 얻는 것과 동일한 만족도라고 한다. -p68


휘게의 맛은 친숙하고 달콤하며 위안을 주는 맛이다.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더욱 휘겔리한 느낌을 원한다면 꿀을 넣으면 된다. ... 휘겔리한 소리는 얼마든지 많다. 사실, 휘게는 주로 소리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 사방이 조용할 때는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창밖에 부는 바람 소리,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나무로 된 마룻바닥 위를 걸을 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 같이 작은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다. ... 사람마다 휙레리하다고 느끼는 냄새는 천차만별인데, 그 이유는 사람마다 기억하고 있는 냄새와 그 냄새를 맡았던 순간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 휘게의 냄새는 경계심을 완전히 풀고 마음을 푹 놓도록 해주는 냄새다. ... 나무 탁자 위나 따뜻한 도자기 잔 또는 순록 가죽의 털을 손으로 쓰다듬는 행위는 휘겔리하다. ... 어떤 사물의 느릿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 예를 들어 부드럽게 떨어지는 눈이라든지 벽난로의 너울거리는 불꽃을 바라보는 것은 휘겔리하다. ...휘게는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휘게는 곧 함께 있는 사람들을 신뢰한다는 증거가 된다. - p84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위험하고 부당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삶은 돈과 사회적 지위를 중심으로 구축된다. 그러나 휘게의 순간에 삶은 이런 것들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 된다. 바깥에서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면 더욱 휘겔리할 것이라던 내 친구의 말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게 휘게다. 바깥세상의 거친 현실과 대조적이면 대조적일수록 그 순간은 더욱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p109


'분위기를 깨는 사람'을 덴마크어로는 '촛불을 끄는 사람'이라는 뜻의 뤼세슬루케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덴마크어로 '살아 있는 빛'이라는 뜻의 레베네 뤼스(levende lys), 즉 양초를 태우는 것은 가장 신속하게 휘게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p154


어떤 직업군의 구성원들은 덴마크 사람들만큼이나 빛에 마음을 쏟는다. 바로 사진가들이다. '사진'은 빛으로 채색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사진을 직접 찍다 보면 빛의 성질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빛의 맛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난 10년 년간 수만 장의 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사랑해온 것은, 그리고 사진가들이 골든아워(golden hour)의 빛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골든아워는 대략 일출 직후의 한 시간과 일몰 직전의 한 시간이다. 해가 하늘에 낮게 떠 있을 때 햇살은 더욱 농도 짙은 하늘빛을 통과시키고, 바로 이 시간 동안 따스하고 은은하게 분산되는 빛을 내뿜는다. 그래서 이 시간은 '마법의 시간'으로도 불린다. -p162


실제로 덴마크 사람들 10명 가운데 7명은 휘게를 주로 집에서 경험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덴마크 사람들은 집을 휘겔리하게 꾸미는 데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유럽에서 1인당 가장 넓은 거주 공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p167


덴마크의 빈티지 상점이나 앤티크 상점에 가면 어떤 필요한 물건이든 대부분의 것들을 구할 수 있다. 다만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발견하는 일이 조금 힘들 뿐이다. 오래된 램프나 탁자, 의자는 정말 휘겔리하다. 빈티지 상점에서는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필요한 어떤 물건이든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물건들은 모두 고유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휘겔리하다. -p182


아무 계획이 없거나, 기력이 없어 밖에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을 때, 또는 혼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저녁을 위해서는 휘게 구급상자를 비축해두는 것이 좋다. 비상시를 위해 상자나 벽장 한 켠에 휘게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채워보자. 아래 목록은 하나의 길잡이일 뿐, 구체적인 목록을 떠올리고 결정하는 일은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양초, 양질의 초콜릿, 좋아하는 차,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잼, 좋은 모직 양말 한 켤레, 좋아하는 편지 모음, 따뜻한 스웨터, 공책, 좋은 담요, 종이와 펜, 음악, 사진첩...-p188


가장 휘겔리한 순간은 캐주얼함이라는 바탕 위에서야 비로소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휘게하기 위해서는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어떤 것도 형식적으로 꾸밀 필요가 없다. 평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평소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p197


무언가를 구입할 때는 좋은 경험과 연결 지어라. 나는 새로 출시된 의자를 사려고 충분한 돈을 모았는데도 나의 첫 번째 책이 출판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의자를 볼 때마다 나는 첫 번째 책의 출판이라는 성취를 기분 좋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갖고 싶은 스웨터나 좋은 모직 양말을 구입할 때도 똑같은 방식을 정용할 수 있다. 우선 저축을 하라. 그러나 휘겔리한 경험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하라. 그러면 그것들을 입거나 신을 때마다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p214


휘게는 자기 자신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며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의무를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달콤한 디저는 휘겔리하다. 케이크도 휘겔리하다. 커피나 핫초콜릿도 휘겔리하다. -p222


행복연구소는 덴마크 사람들이 휘게라는 단어에서 무엇을 연상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나는 양초가 1위일 것이라는 데 돈을 걸었는데, 그만 돈을 잃고 말았다. 양초는 2위였고, 1위는 따뜻한 음료였다. -p226


행복이나 삶의 질을 측정하고자 할 때는 적어도 세 가지 측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삶의 만족도를 살펴본다. 사람들에게 전반적으로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 둘째, 감정과 감각을 살펴본다. 사람들이 평소에 어떤 감정이나 감각적 쾌락을 느끼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 셋째, 행복주의적 측면을 살펴본다. 행복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에 대해 정의를 내릴 때 사용한 단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의미 있는 인생을 뜻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밴자민 프랭클린이 이를 가장 잘 표현했다. "행복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거대한 행운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작은 친절이나 기쁨 속에 있다." -p27




[저자 : Meik Wiking]

덴마크에서 나고 자랐으며 코펜하겐에 위치한 행복연구소의 CEO로 일하고 있다. 덴마크 세계 행복 데이터베이스 연구 부교수이자, 남미의 웰빙 및 삶의 질 정책 연구소 초기 설립 멤버를 지냈으며 경영과 정치를 전공했다. 덴마크 외교부, 싱크탱크의 감독으로 일하며 행복, 삶의 질에 대한 여러 권의 책과 보고서를 출간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행복과 관련한 강의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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