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자
에니어그램이란 결과에 따라 성향을 9가지(개혁가/조력가/성취자/예술가/사색가/충성가/낙천가/지도자/중재자)로 나눠서 결과를 보여주는 심리 테스트이다. 작년 1학기에 학교 교수님과의 수업에서 에니어그램 실시했었다. 그 당시에는 예술가 기질이 유독 짙게 나왔었는데, 불과 1년 만에 나는 지도자 유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왜 이런 정반대되는 성향이 나온 것일까?
작년도에는 한참 글쓰기에 목말라 있었던 시기였다. 문예창작과를 가고 싶었고 글쓰기에 한참 재미가 들려 있었다. 개인적이든 학교에서든 색다른 방향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시켜서 예술가 성향에 적합하게 당시에 성향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에서 학회장으로서 일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성향이 바뀐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이끌어 가야 하고 그에 맞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소극적이고 나태함에 빠져서는 안 되었고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으로 했어야 했다. 지도자라는 단어를 보니, 문뜩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내가 스물한 살 때, 군대에서 중대장님께서는 친형과 비슷한 나이 또래였다. 친형은 마냥 놀기 좋아하고 본인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성향이 너무 뚜렷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중대장님께서는 직책에 맞게 즐겁게 할 때는 즐겁게, 진지할 땐 진지하게 객관적으로 매뉴얼을 따라 행동했다. 중대장이라는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니깐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중대장님이 존경스러웠다. 어느 날, 중대장님과 함께 사무 작업을 할 일이 있었다. 문뜩 너무도 궁금해져 중대장님께 친형과 비슷한 나이이시면서 어쩜 이렇게 다르게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중대장님께서는 평소처럼 다소 장난기 여린 웃음을 지으시면서 진지한 톤으로 말씀하셨다.
“나라고 항상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자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책임의 무게를 만들어준 거야. 너도 사회에 나가서 어느 정도 위에 있는 직책에 오르게 되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야.”
벌써 제대한 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어떻게 군대를 버텼는지도 이제는 조금 가물가물하다.
학회장이나, 중대장이나 사회에서는 그리 큰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을 비교하기는 좀 갭이 크지만, 둘 다 어느 정도 책임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직책임은 당연하다. 또 그에 맞는 행동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 변화가 장점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변화된 이 성향을 지금의 내가 내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