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야간 손님 이야기

하루 1000자

by 인문규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막 지났다.


새벽에 자주 술을 사러 편의점에 들리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신다. 그는 처음 내가 편의점 실습 중이었을 때 만난 아저씨인데 첫날 첫 실습에서 그 아저씨는 40분가량 '삼촌이 하나만 좋은 얘기 해줄게'로 시작해서 '하나만 더 좋은 얘기 해줄게'와 같이 끝없는 반복의 스토리를 시작하려 했다. 첫날부터 짜증이 났다. 나는 어디 좋은 얘기나 싶어서 그 몰래 녹음기를 켰다.
처음엔 대학 어디 다니냐고 물었기에 나는 장안대에 다닌다고 했다. 그가 코웃음 쳤다. 자신은 고려대학교에 '붙었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가질 못했다 했다. 이야기는 뻔한 자기 연민과 미련의 이야기였다. 나는 실습 시간이 끝났기에 먼저 갔지만 당시 근무 중이었던 형은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고분고분 들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근무가 시작되고 그 아저씨는 자주 새벽에 왔다. 항상 막걸리 한 병을 사 오셨다. 그리곤 뒤돌아 가는 척하다가 항상 삼촌이 좋은 얘기 하나 해줄까 하며 말했다. 나는 그의 몸에서 나는 술냄새와 담배 쩌든 냄새가 너무도 짜증 나서 웃고 있었지만 짜증을 꾹꾹 눌러 담아 아닙니다 하고 말하면 머쓱한 듯 그래 알았어... 하며 돌아갔다. 그는 분명 외로운 사람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근무자라도 그의 연민을 모두 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그는 평소처럼 취기를 풍기며 편의점에 들어왔다. 그가 평소에 마시는 술이 없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재고가 없을 거라고 했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다른 술을 사 왔고 담배 하나를 샀다. 담배를 살 때 그가 주문한 담배 이름의 절반이 지워져 있어 조금 헤맸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가 현금을 지급하고 나는 돈을 거슬러줬다.
아저씨는 짜증 난 목소리로 왜 돈을 한 손으로 주냐고 짜증을 냈다.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다른 사람한테도 그러냐며 짜증을 냈다. 나는 웃으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고 그는 짜증 난 입을 삐죽 내밀곤 돌아갔다.
그 관경을 지켜보던 한 손님께서는 그가 돌아가는 방향을 노려봤다. 나는 순간 짜증이 났지만 손님 앞이라 그저 눈웃음 짓고 있었다. 손님에게서 물건을 받아 돈을 거슬러줬다. 두 손으로 손님에게 돈을 거슬러줬다. 앞서 그가 말한 것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는 친절하게 두 손으로 돈을 거슬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저씨한테 만큼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싫은 티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를 욕할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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