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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Jul 09. 2024

독립할 때

취업준비의 막바지에 들어선 요즘 내가 예민해져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그저 웃어넘길 수 없고 잠도 제대로 자질 못하니, 신경이 곤두서 있다. 마지막 자격증 준비와 자취 자금을 모으려고 주 7일 마감 근무를 서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늦은 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잠이 오질 않는다. 3~4시간을 산 송장처럼 눈을 감고 있다 보면 어느새 해가 떠 있다. 밤을 새우고 아침에 부모님을 마주할 때면, 신경질 적인 눈빛으로 나를 처다 보는 부모님께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항상 한 마디씩 한다.

'너는 뭐 하는 놈이냐'
'또 밤을 새웠냐'
'너는 항상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너는 왜 매 번 그러냐'

대체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싶다. 은둔형 외톨이로 2년간 집에만 있었을 때와 다르게 올해는 예전에 부모님께서 부탁하셨던 꾸준히 일해달라 했던 것도 자격증도 올해 계획한 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번 돈의 일부는 생활비도 내고 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이지만, 나름 인정받으면서 근무도 하고 있는데 과도한 피로도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의 영향으로 잠이 오질 않는 내 상황을 한 순간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숨이 막히고 얼마나 더 잘해야 할까 싶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이십 대 후반인 내가 독립하지 않고 취업 준비한다는 핑계로 밤을 새우고 있다고 느끼는 걸까? 독립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최소한 전세자금을 모으고 집에서 독립할 생각이었지만, 가족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겠다. 이제는 너무나 많은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서로에게 불필요한 나이가 된 것 같다. 9월쯤이면 모든 일정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볼 시기가 되니 그때까지만 모든 비난과 시선을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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