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라며 운을 띄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계절이 왔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스스로에게 긍정적이었던 습관을 들인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운동을 시작한 일이다.오늘은 이것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 3월 무렵이었던 것 같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연말에 업무에 사용하라고 줬던 스케줄러였는데, 회사 다니는 동안에는 거의 쓰지 못하고 집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퇴사 후 자격증을 준비하는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는 평일에는 게임만 하니, 지루함과 나태함이 스멀스멀 올라와 목표에 대한 명분이 멀어져만 가는 기분이 들었다. 가시적으로 목표가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싶던 찰나에 책꽂이에 있던 스케줄러가 보였다. 평소 글을 쓸 때 컴퓨터나 핸드폰 어플로 작성하는 습관이 있어서 처음에 일기장에 글을 쓸 때는 세 줄을 채 쓰기가 힘들었다. 자판과는 다르게 손으로 쓰다 보니, 생각을 손으로 옮겨 적어지는 속도가 너무나 느리고 답답했다. 어느 날은 일기 쓰기를 포기하고 컴퓨터로 일기를 써봤지만, 그때 썼던 일기를 다시 찾아보는 게 번거로워 다시 일기장으로 넘어왔다. 무작정 1주일 내내 쓰기보다는 계획이 마음대로 안 풀리거나 감정적으로 우울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씩 일기를 썼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날 무렵에는 어느덧 습관으로써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시작한 일기가 지금에 와서는 꽤나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생각이 정제되고 반성할 줄 아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컴퓨터와는 다르게 칸이 정해져 있었고 스케줄러 용도였기에 하루에 쓸 수 있는 글자수가 적었다. 쓰기 전에 생각을 곱씹고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면 그때 옮겨 적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상대방에게 가졌던 악감정도 누그러졌고 내가 옳다고 판단했던 행동들도 돌이켜 보니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며 반성하게 되었다. 또 다른 점으로는 지적허영심에서 일어나는 기쁨에 있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일기를 쓰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역사를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 쓰는 건, 단순히 울분과 내 청춘에 대한 비관 섞인 한탄뿐이지만, 미성숙함에서 일어나는 아픔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그런 날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내가 되는 날을 기대하며 일기를 쓰다 보면 내가 꽤나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마치며, 일기를 쓰는 것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올해의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기에 앞으로도 이 작은 행위가 꾸준히 이어져 돌이켜봤을 때 나에게 좋은 성장의 지표가 되기를 바란다.
아 비록, 일기를 쓰면서 감정들을 모두 토해내다 보니 정작 필요한 글을 쓸 생각이 안 들었던 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