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억전-재창작하기

고전소설-재창작하기

by 인문규


광억이는 올해 고등 검정고시 치렀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수제라고 불려서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이였던 그는 한순간의 실수로 학교에서 퇴학조치를 받아야 했다. 그가 친구의 고등학교 입학 대리 시험에서 비리를 저지른 탓이었다. 그러나 학과위에서 판결을 받을 당시 그는 자신의 죄가 무거운 것인지 몰랐다.

그가 이렇게 된 이유를 살펴보자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다.

그의 담임선생님은 숙제를 많이 내주기로 유명했다. 다른 친구들은 게임할 시간도 없이 1주일 내내 그 숙제에 붙들려 살았다. 그러나 광억이에게는 그 교사가 내준 숙제가 너무도 쉬워서 당일에 숙제가 나오면 하루 만에 모두 풀어버리고 나머지 시간에 책을 읽고 게임을 했다. 그런 그를 본 반 친구들은 그에게 500원에서 1000원에 하나씩 숙제를 대신해달라고 부탁했다. 워낙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광억이는 귀찮다고 싫어했지만 지속된 부탁에 하는 수 없이 숙제를 도와줬다. 다는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친한 친구들만 숙제를 도와줬음에도 1주일 만에 7만 원이라는 큰돈이 모였다. 광억이는 초등학생 치고는 처음으로 많은 돈을 벌자 기분이 좋았다. 2주 정도 같은 단가로 숙제를 도와주면서 광억이는 돈이 자꾸만 쌓여갔다. 그는 그렇게 번 돈으로 부모님이 사주시지 않는 책과 게임기를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담임선생님이 필기체가 모두 같은 학생들을 불러 의심했다. 그러나 의심만 있을 뿐 확신할 수 없어 그들을 다시 돌려보내야 했다. 광억이는 돈을 더 벌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의 필기체를 연습했고 담임선생님은 그것도 모른 채 깜빡 속았던 것이었다. 그는 돈을 불릴 줄 아는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는 꾸준히 친구들의 숙제를 돕고 돈을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는 학교 친구들에게 숙제가 조금씩 어려워진다는 핑계로 단가를 좀 더 올렸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그의 천부적인 소질에 끊임없이 숙제를 의뢰했다. 근근이 외주로 학원 숙제를 받은 날에는 단가를 더 올려 받았다.

그는 학교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시험을 보는 날에는 대충 지리 짐작하는 것만 풀었다. 그럼에도 교내에서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부모님은 워낙 모든 잘하는 그를 다소 방관했다. 부모님은 그것이 아이가 능동적으로 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그는 결국 친구의 대리시험을 보다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광억이는 처음으로 한 실수에 당황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크게 고민해봤자, 대리시험을 치른 그에게는 검정고시 말고는 중졸이라는 타이틀을 땔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는 휴대폰으로 검정고시 시험 날짜를 검색했다. 3개월 정도 뒤에 시험 일정이 있었다. 그는 지체할 시간 없이 바로 시험 준비를 했고 높은 점수로 고등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남들보다 3년이나 일찍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는 3년이란 시간이 너무도 막연했다. 그는 대학 등록금이라도 벌자는 생각으로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대리 숙제를 받는다는 공고를 냈다. 조금씩 뒷길로 입소문이 난 그는 중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큰돈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이 본인의 방에 들어올 때는 게임하는 척했다. 그것도 모르고 매일 게임하는 모습만 보는 부모님은 속이 타들어갔다.


*


3년 동안 꾸준히 해온 그는 한 달 수입금이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도 더 많이 벌게 되었다. 정시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풍족해진 그는 이 일로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들어, 대학에 갈 생각이 없어졌다.

어느 날 밤, 부모님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와 식탁에 마주 앉아 설득했다. 대학에 가면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둥,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라는 둥 뻔하고 지겨운 소리를 늘어놨다. 그는 그런 부모님에게 지금껏 자신이 번 돈을 보여주면서 설득하려 했지만 되레 아직도 돈에 미쳐서 정신 못 차렸냐며 혼나고 말았다. 그는 그렇게 부모님과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가 답답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와 한강에 갔다.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함께 술을 마시고 기타를 치며 웃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한강에 은은하게 빛나며 아름답게 출렁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하늘에 떠 있는 달은 한강 물결에 빛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왠지 그 모습이 자신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다 같이 반짝이며 빛나는데 가장 빛나는 빛이 흔한 빛에 가려져 그 빛을 뽐낼 수가 없다는 것에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문뜩 부모님의 말에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님 말대로 돈은 크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씁쓸함에 휴대폰을 열어 같이 한강에 만날 친구들을 뒤적였다. 2년 전, 연락했던 문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대리 숙제 문의만 가득했다. 평소에 없던 우울함에 어깨 죽지가 싸늘했다.

새벽이 돼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집에서 어머니는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에게 밥은 먹고 왔냐고 물어본다. 그는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모른 체하고 밥을 달라고 말했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동안 어머니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그 시선의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께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제야 안심한 듯 그의 어머니는 고기 한 줄을 구워 주시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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