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에서

by 인문규

매일 8시 10분쯤 환승역인 판교역에서 내려 강남행 신분당선을 탄다. 수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새치기한다. 키가 작은 사람들은 요리조리 틈새를 파고들며 더 빨리 앞서 간다. 소심하거나 규칙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한참을 기다렸다가 가기도 한다. 모두가 인상을 쓰고 있어도 암묵적인 규칙처럼 누구 하나 소리치며 짜증 내지 않는다. 카드를 찍고 신분당선 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면 3-1에서 4-4까지 길게 줄 서 있다.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침착하고 신속한 걸음으로 뛰듯이 걷는다. 이때도 표정은 일정하게 고독하고 차분하다. 열차를 타게 되면 나는 깊게 들어가서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사람들은 중간부터 채워지며 마지막 사람은 팔이 갓 태어난 애기처럼 접혀서는 문에 바짝 붙어버린다. 그렇게 양재까지 몸을 부대끼며 서 있어야 한다. 가방으로 몸을 가리거나 팔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없도록 팔짱을 끼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상대방의 어깨 선쯤에 핸드폰을 들고 불편한 숨을 쉰다.


약간의 편견을 보태서 신분당선을 타고 있으면 명품을 걸친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일까. 강남을 처음 오기 전에는 나름의 환상을 가졌던 것 같다. 높은 빌딩 사이에 명품을 걸치면서 좋은 직장에 다니면 당연히 행복할 것 같다고. 그러나 전철 안에서 이미 사람들은 너무나 지쳐있고 오히려 너무 빼곡하게 들어선 빌딩은 여전히 숨 막힐 듯 갑갑하다. 내가 시골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신분당선을 타고 있으면 무엇이 사는 행복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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