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마무리

by 인문규

6월 25일부로 출판사와 사진학원이 마무리되었다.

약 4개월 간의 강남 생활이 녹록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던 매일이었다.


당시 내 하루는 매일 6시 40분 기상->8시 30분~2시 출판사 근무->2시~6시 사진학원->7시 20분 집->10시~11시 취침


이렇게 4개월을 보냈다. 처음으로 남들이 하는 평범한 '보통의 하루'를 보냈다. 생각보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힘들었다.

매일 일찍 기상해서 지옥철에서 버티고 출근해서 근무하고 보충 수업을 듣고 다시 지옥철을 타고 퇴근한다는 게. 남들은 이걸 어떻게 버티는 건지... 그래도 끝나서 나름대로 후련한 기분이다.


학원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목적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다들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했다. 작년도에는 다들 학과에 신뢰가 없던 터라, 다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서 힘들었는데 학원에서는 달랐다. 그게 참 좋았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 그게 좋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열심히 6시까지 잘 지내놓고는 내 우울증이 매번 하루를 망치곤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자꾸 그 얘 생각에 힘들고 문뜩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전철에서 공황이 와서 전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간신히 집에 돌아오면 괜히 부모님한테 투정 부리듯 아무 말이나 막 지껄이곤 했다.


그렇게 6월이 되었고 나는 그 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하고 목소리를 들으면 나아질까 싶었다. 그러나 통화를 하면 할수록 미련만 더 남았다.


통화가 끝나고 불안증세가 심해져서 처음으로 정신의학과를 찾아갔다. 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얘에게 좀 더 집착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도 얘기하고 그 얘의 인스타그램에 슬픈 글귀가 적힐 때면 전남친 부심인지 왠지 내게 하는 말 같고 걱정이 되어 또 전화를 해서 그 얘의 일상을 듣곤 했다.


6월 19일 마지막 통화에서 그 얘는 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게 참 기분이 착잡했다. 나는 사랑해서 했던 행동이 어리석게도 아픈 그 얘에게 더욱 압박을 주고 있었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다음 날 너무 힘들었지만 형 지인의 결혼식에 서브로 참석했다. 그날은 공황이 정말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연거푸 담배를 피우고 사진을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신기하게도 다음 날부터는 공황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그즈음에 그 얘는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끊었다.


그제야 필름이 다 감긴 것처럼 영화가 끝난 기분이었다. 이제는 놓을 수 있겠구나. 다음 영화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끔 이 영화에 여운이 남겠지만, 그게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마지막 남은 강남 생활 1주일을 최선을 다해서 생활했다. 중간에 강아지가 와서 하루 정도 빠진 거 제외하면 정말 최선을 다했다.

졸업작품에는 그간 감사했던 학원 동기들한테 편지 형식의 영상을 만들었다. 시간이 없어서 퀄리티는 개똥 같았지만, 금요일 마지막 수업 때 다들 내 영상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혼자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다들 감동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영상 속에 day 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삽입했는데,

가사는 아래와 같다.


솔직히 말할게

많이 기다려 왔어

너도 그랬을 거라 믿어

오늘이 오길

매일같이 달력을 보면서

솔직히 나에게도

지금 이 순간은

꿈만 같아 너와 함께라

오늘을 위해

꽤 많은 걸 준비해 봤어

All about you and I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Now come with me

Take my hand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Come on!)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This is our page

Our page

솔직히 말할게

지금이 오기까지

마냥 순탄하진 않았지

오늘이 오길

나도 목 빠져라 기다렸어

솔직히 나보다도

네가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거라고 믿어

오늘을 위해

그저 견뎌줘서 고마워

All about you and I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Now come with me

Take my hand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Come on!)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Want you to

Come on out and have fun

Want us to

Have the time of our life

Oh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Come on!)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This is our page

Our page


평소 친누나가 좋아했던 밴드였는데, 가사가 마지막과 다시 시작하는 우리 동기들에게 어울리는 곡이었다. 나는 영상의 마지막에 나의 삶에 긍정적인 청춘의 한 페이지를 적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오늘은 대전에 있는 배재대학교에 화요일 사진기능사 실기 시험을 보기 위해 미리 내려왔다. 이 순간을 위해 4개월의 시간을 버텨왔으니 꼭 잘 됐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코로나 극복! 추석맞이 60km 행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