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처음’처럼 살아보려 한다.
늘 지나던 길도, 늘 마주치는 사람도, 마치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건 거창한 다짐도, 대단한 철학도 아니다.
단지, 나를 지루하게 만들던 것들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작은 시도일 뿐이다.
오늘 아침, 회사 앞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동안 몇 번이나 그 자리에 있었을까. 아마 백 번도 넘게.
그런데 오늘 따라 유난히 하늘이 높고 맑았다.
바람은 아직 여름을 다 보내지 못한 듯 따뜻했고, 흘러가는 구름은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이런 하늘을 몇 번이나 놓치고 살았을까."
점심시간엔 동료들과 나가지 않고 혼자 사무실 근처를 걸었다.
지나치기만 하던 편의점 옆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작은 화단에 핀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흔한 분홍 베고니아였지만, 그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햇빛을 품고 반짝이고 있었다.
이 꽃도, 이 골목도, 늘 있었던 존재지만 내가 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우리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낯설게 보는 법을 잊고 산다.
새로운 곳에 가지 않아도, 지금 이 자리에서 충분히 새로워질 수 있는데 말이다.
퇴근길에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늘 듣던 음악 대신 도시의 소리를 들었다.
버스가 멈추는 소리, 자전거 벨소리, 아이들이 노는 소리, 신호등이 바뀔 때 나는 소리.
도시는 늘 말을 걸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듣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커튼이 흔들렸다.
오늘 하루도 어제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었다.
새로운 시선이란, 눈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배운 하루.
내일도 나는,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과는 다른 걸 보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요즘 매일 연습하고 있는 삶의 방식이다.
'매일매일 새롭게 살기'가 아니라,
'매일매일 새롭게 보기.'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삶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