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가장 단순한 방법, 비워내기.”
하루에도 몇 번씩 달리고, 멈추고, 눈치 보고, 놓치는 것 없이 해내려는 나.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하루가 끝났을 때 내게 남는 건
피곤함, 짜증, 그리고 나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뿐이었다.
나는 워킹맘이다.
직장에서는 일 잘하는 팀원이어야 하고,
집에 오면 따뜻한 밥을 차리는 엄마,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는 상담사,
청소하고 빨래하고 각종 스케줄을 챙기는 매니저가 된다.
그 모든 역할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은 어디쯤 있을까.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들고 가고 있었던 걸까.”
일상은 늘 어수선했다.
아이의 장난감이 구석구석 널려 있었고,
주방 한켠에는 쓰다 만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옷장은 매일 열지만 입을 옷은 없었다.
시간은 없고, 에너지는 바닥나고,
머릿속엔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맴돌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걸 가지려고 하니까 더 힘든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조금씩, 비우기 시작했다.
아이의 안 입는 옷을 정리했고,
주방에서 1년 넘게 쓰지 않은 그릇을 빼냈다.
출근할 때 늘 고민하던 옷들을 줄이고,
하루 10분씩 ‘정리하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했다.
놀랍게도,
물건을 줄이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선택해야 할 게 줄어들고,
눈에 보이는 풍경이 단순해지자
머릿속 소음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미니멀라이프는 꼭 텅 빈 집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었다.
워킹맘이기에 더욱 필요한 건, 삶을 덜어내는 용기였다.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심,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모든 걸 책임지려는 부담—
그런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고 나서야
‘지금의 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집이 무너져도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냉동식품을 먹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엄마가 조금 덜 웃어도, 아이는 괜찮을 수 있다고 믿었다.
미니멀라이프는 ‘덜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작은 실험을 한다.
무엇을 덜어낼지,
무엇을 꼭 지킬지,
그리고 오늘 하루는 어떻게 나를 돌볼지.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덜어낼수록, 내가 선명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워킹맘이라는 이름 너머의
‘진짜 나’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