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원 커피, 사치인가요?

by 소소한빛

요즘 나는

4,3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한참을 망설인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햇살은 잘도 쏟아지는데,

주문 버튼 하나 누르는 게

이렇게 어려워질 줄은 몰랐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마셨다.

더 비싼 커피도, 디저트도,

그냥 ‘기분 전환’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을까,

이건 사치 아닐까,

마음속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나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라는 걸.

누구의 허락 없이도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괜찮아”라는 인사라는 걸.


그래서 오늘은,

마시기로 했다.


4,300원.

그건 사치가 아니라

살아남은 나에게 보내는 박수다.


“잘 버텼어, 오늘도.”



예전엔 자꾸 집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숨이 막혀서, 벽이 답답해서,

현실이 고단해서.

밖에 나가야만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집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나가기가 아깝다.


이사 온 새 아파트는 크지 않지만

햇살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한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침에 커튼을 걷으면

“오늘도 잘 살아보자”는 마음이 들고,

따뜻한 바닥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사는 게 괜찮게 느껴진다.


이젠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매일이 작고 조용한 여행 같으니까.



누구도 내 이름 앞에 “능력자”라는 말을 붙여준 적 없었다.

큰돈을 번 것도 아니고, 대단한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감내해냈는지 안다.


눈물 나게 속상한 날에도

아이 앞에서 웃었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날에도

새벽을 깨워 출근했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낸 그 자체가

능력이었다.


나는 인정받지 못한 성실함으로 하루를 살았고,

누군가가 보지 않아도 꾸준히 나를 다듬어왔다.

그건 분명 살아 있는 힘,

하나님이 주신 은혜였다.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능력자였다.”

“고생했어. 참 잘 살아냈어.”



그리고 오늘, 내 마음에 새기는 말씀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

— 마태복음 6장 34절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완벽한 미래가 아니라, 괜찮은 오늘 하루.

더 가지기보다, 더 잘 버티기보다,

하루를 다정하게 살아내는 것.


가끔은 커피 한 잔이

가끔은 햇살 좋은 거실이

가끔은 “수고했다”는 내 작은 속삭임이

세상의 모든 위로보다 따뜻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내 자리에서

작지만 단단한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고 다시 고백한다.


나는 능력자였다.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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