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돈으로 치환하며 사는 삶이 당연한 줄 알았다.
몇 시간을 일하면 얼마를 벌고, 그 돈으로 또 무언가를 사고,
다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구조.
마치 내 하루가 통째로 ‘교환권’처럼 쓰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늘 바빴고,
쉬는 날에도 이상하게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생기면 더 해야 할 것 같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쓰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나는 시간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
계속 팔고 있었던 것이었다.
돈은 통장에 남지만
시간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큰돈을 버는 대신, 작은돈으로도 괜찮은 삶을 연습해 보기로.
덜 벌어도 되면
덜 써도 되고,
덜 쓰면
덜 일해도 되고,
덜 일하면
조금 더 나답게 살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요즘의 나는
일부러 무언가를 더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해야 할 일을 찾기보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포기한다.
애써 채우지 않은 시간 속에서 비로소 여유를 즐겨 본다.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유행하는 물건을 사는 대신, 이미 있는 것을 오래 쓰기.
외식으로 해결하던 끼니를 집밥으로 천천히 먹기.
주말마다 어딘가 가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동네를 걷기.
필요 없는 물건을 채우는 대신, 집 안을 비우기.
줄였을 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더 벌어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드니
일도 덜 버겁게 느껴졌고,
남는 시간에는 무언가를 ‘해야 해서’가 아니라
그냥 하고 싶어서 움직이게 되었다.
요즘의 나는 일부러 느리게 장을 보고,
있는 재료로 식탁을 차리고,
아이와 함께 걷다가 계절이 바뀌는 걸 알아차리고,
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기록을 남긴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에 돈을 벌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을 순간들이다.
지금은 그 시간이 오히려 나를 살게 한다.
이렇게 살기 위해 내가 실제로 줄인 것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물건을 사는 횟수.
비교하며 고민하는 시간.
남들과 맞추려는 소비.
괜히 바쁘게 만드는 일정.
편하다는 이유로 반복하던 지출.
쓸모없는 정보와 자극적인 콘텐츠.
대신 늘린 것은 많지 않다.
집에서 먹는 따뜻한 밥.
아이와 나란히 앉아 있는 시간.
정리된 공간에서 느끼는 안정감.
기록하고 생각하는 조용한 순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감각.
풍요는 많이 가지는 데서 오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덜 필요로 할 때 시작된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는 여전히 큰돈을 벌지 못한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대신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생활을 배우는 중이다.
적게 벌어도 괜찮고,
많이 가지지 않아도 괜찮고,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삶에서,
시간을 삶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성공보다 지속을,
속도보다 방향을,
크기보다 온도를 선택하면서.
천천히, 오래,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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