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무너질 때 꺼내는 루틴

by 소소한빛

어떤 날은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눈물은 특별한 이유 없이 뺨을 타고 흐르고,

나는 겨우겨우 버티는 나를

또 다그치며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눈을 떴을 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를 깨우는 목소리에 따뜻함이 없었고,

거울 속 나는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금이 가 있었다.


회사에서도 말은 오고 갔지만

내 마음은 엉켜만 갔다.

메일 하나에,

상사의 말투 하나에

괜찮던 척하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점심시간,

사무실 화장실로 조용히 들어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머니 속 쪽지를 꺼냈다.

‘감정이 무너질 때 꺼내는 루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둔

작은 비상용 루틴이었다.


숨을 5번 깊게 쉰다.

의식적으로 호흡하면

내 감정이 조금 느려진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와

천천히 빠져나가는 따뜻한 숨결.

이 순간만큼은 내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 적어보기

작은 메모장에 써본다.

“나는 지금 억울하고, 속상하고, 지쳤다.”

감정을 이름 붙이는 순간,

그 감정은 덜 무섭다.

그저 ‘느낄 수 있는 하나의 감정’이 될 뿐이다.

나만의 문장 읽기

노트 맨 끝에 적어둔 문장.

“지금의 나는 불완전하지만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이 말을 마음속으로 천천히 되뇐다.

불완전하지만 괜찮은 나.

이 문장이 나를 다시 부여잡아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창밖엔 노을이 물들고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아직 다 괜찮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을 무사히 보냈어.”

그 말이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아이를 재우고,

노트에 오늘의 마음을 적었다.


오늘도 감정이 무너졌지만,

나를 위해 숨을 쉬었고,

나를 탓하지 않고 다독였다.

이 사소한 루틴들이

내 마음에 다시 문을 닫아주었다.

그 안에서 나는

천천히 나를 회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