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의 작은 손에
가볍고도 묵직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색연필로 칠해진 그림, 선생님의 손을 빌려 또박또박 적힌 글씨,
그리고 마지막에 덧대어진 말.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
나는 그 한 장의 종이를 들고,
마치 무언가 성스러운 것을 대하듯 조심스레 눈길을 두었다.
말보다 앞선 울컥함.
가슴속 어딘가가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낳기 전엔 몰랐던 감정이,
이 아이를 통해, 이 짧은 문장을 통해
내 안에 조용히 피어났다.
나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고,
그 이전엔 누군가의 딸이었다.
이제야 알겠다.
나를 낳고, 기르고, 수없이 참아주었던
우리 엄마, 아빠의 마음을.
그 긴 세월을.
그 벅찬 사랑을.
“낳아줘서 고마워.”
“길러줘서 고마워.”
오늘, 나는 이 말을
처음으로 마음 깊이 담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아이 덕분에.
이 조그만 존재가 내게 가르쳐준 사랑 덕분에.
육아는 종종 나를 바닥까지 데려가곤 한다.
하루의 끝에서 초라해지는 나,
무기력한 마음, 불쑥 솟아나는 자책들.
하지만 오늘, 그 작은 손으로 건넨 편지 한 장이
내 마음을 환히 밝혀주었다.
그림 한 장 속에 담긴 고마움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나는 다짐한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고.
눈부시지 않아도, 번쩍이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리고, 오늘은
내가 받은 그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
오래도록 말하지 못했던 그 고백을,
흔한 하루에 조심스레 얹는다.
“엄마, 아빠, 고마워요.
당신들의 딸로 살아서 참 감사합니다.”
오늘, 아이가 내게
사랑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그리고 잊고 있던 감사의 언어를 선물해 주었다.
편지 한 장이, 내 마음에 봄을 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