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주 작은 일에 마음이 흔들렸다.
별것 아닌 말 한마디, 아이의 칭얼거림, 식탁 위 흘린 국물 하나.
괜히 짜증이 올라왔다.
그런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마음이 뭉클해졌다.
숨이 멎는 것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마치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조용히 말해주는 듯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에요. 너무 놀라지 말고, 그냥 잘 살아보세요.”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럼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짜증을 내고, 피곤해하고, 불안해하고…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보내고 싶은 하루일까?
그때부터 나의 하루는 달라졌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이의 작고 따뜻한 손,
햇살에 반짝이는 유리창,
주전자에서 피어오르는 김마저 아름다웠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중요해졌다.
빨래는 미뤄도 괜찮았다.
집은 어질러져도 괜찮았다.
대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좀 더 자주 웃어주기로 했다.
남편에게 “고마워”라고 진심을 담아 말해보기로 했다.
나 자신에게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토닥여주기로 했다.
아침에는 따뜻한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창밖을 보며 “이 순간을 기억하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점심에는 아이와 바닥에 주저앉아 그림을 그렸다.
종이에 크레파스를 문지르는 사소한 동작 하나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저녁에는 음악을 틀고 천천히 밥을 지었다.
식탁 위에 반찬을 하나하나 놓으며,
‘이것도 사랑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물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뭘까?”
누군가가 나를 기억할 때,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을까?
욕심 없이,
항상 애쓰며,
누군가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던 사람.
하루를 소중히 여기던 사람.
작은 행복에 감동하던 사람.
그렇게 살고 싶다.
우리는 늘 내일이 있을 거라 믿고 산다.
그래서 오늘을 미루고, 감정을 쌓고, 사랑을 유예한다.
하지만 그 '내일'이 꼭 오는 건 아니다.
이 순간이 내게 허락된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바로 사랑하고, 감사하고, 기뻐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가 옆에서 장난감을 들고 와서 “엄마 같이 하자”고 한다.
예전 같으면 “조금만 기다려”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그 손을 잡고 함께 앉는다.
지금이 내 마지막 순간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이런 시간이야말로 진짜 인생이니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사랑을 미루지 않겠다.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않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주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살아간다면,
매일이 마지막처럼 찬란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