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순간들

by 소소한빛

한강의 야경을 바라볼 때, 가슴이 잠시 멎는 것 같다. 도심 속에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잔잔한 강물 위에 비치면, 마음의 파도가 잠시 잦아든다. 나는 이 도시가 주는 소란과 동시에 평온함 속에 산다.


가끔은 폭포수를 바라본다. 거칠게 쏟아지는 물소리에 마음이 씻기는 듯하다. 바다 앞에 서 있을 때면, 그 거대한 수평선과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압도당하면서도, 그 깊고 푸른 품 안에서 오히려 작은 내가 보호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 무섭지만 좋다. 커다란 무언가에 안긴다는 건 이런 것일까.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를 확인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끌고 가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에 마음이 잠식되곤 했다. 세상은 언제나 위기라고 말하고, 미래는 항상 암울하다고 말하지만

이제는 그런 소식들보다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초록의 잎사귀와, 바람에 나풀나풀 춤추는 나비 한 마리에게 마음을 내어주려 한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태복음 6:34)


이 말씀처럼, 나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충분히 누리고 싶다. 너무 멀리 걱정의 발을 내딛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자연 속에서 느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걷는 길. 예쁜 꽃을 발견하고, 아이와 웃으며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요리를 할 때. 따뜻한 샤워 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마스크팩을 할 때. 운동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공원 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듣는 그 순간들. 그것이 나의 행복이다.


부족함은 있겠지만, 나는 자족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이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빌립보서 4:11)


남과 비교하지 않고,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귀하게 여기며, 그 속에서 내 삶을 가꿔간다. 더 높은 직업도, 더 큰 집도, 더 많은 명예도 바라지 않는다. 대신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이 작고 평온한 일상을, 감사의 눈으로 바라본다.


죽을 때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문득문득 느낀다. 그래서 더는 우울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내 루틴을 지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에게 선물하듯 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계획이 틀어지고, 변수 앞에서 흔들리지만 그 모든 것도 삶의 일부라 받아들이려 한다. 완벽한 인생은 없지만, 충만한 마음으로 살아낼 수는 있으니까.


그러니, 오늘도 나는 자연에게 말을 건다.

"고마워, 나를 다시 숨 쉬게 해줘서."

그리고 마음으로 고백한다.

"이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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