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거나, 직장이 끝나고 집에 들어올 때면, 항상 피곤에 찌들어있었다. 하지만 아마 그건 핑계였을 것이다. 누워서 휴대폰이나 쳐다보며 늘어져 있고 싶었던 나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단절한 채로 방구석에 드러눕기 바빴다. 당연히 어머니가 뭐하고 계신 지에는 일절 관심도 없었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이 백이면 백 잔소리로 들리고, 그런 잔소리를 피해 달아나던 시절이 있었다.
성인이 된 지 몇 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철이 들어버린 건지, 이제 좀 사회의 쓴맛을 알아버려서 그런 건지, 이제서야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땐, 효도를 한답시고 어머니의 말을 억지로 들으려 애썼던 것 같은데. 그건 정말 어머니께도 나에게도 참 무의미한 대화가 되었었다.
요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어머니와 대화하는 게 정말 즐겁다. 어머니는 요즘 인생이 엄청 흥미로우시다며, 말씀하실 때마다 항상 신이 나 있으셨다. 행복한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잠깐의 ‘진짜’ 즐거운 대화만으로도, 나는 여태 느끼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와의 대화가 더 즐거워지는 듯하다. 요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는 참 여러모로 어머니를 많이 닮아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아무튼 간에, 나는 지금껏 행복을 좇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대화의 한 부분을 놓치며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귀를 닫고 있는 동안, 어머니는 항상 뒤돌아 있는 나의 뒷모습을 향해 틈틈이 말을 건네고 계셨다. 그리고 이제서야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어머니는 목소리가 참 예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