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좀 고파서 열차의 식당칸을 구경할 겸 가보기로 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 홀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느 방향에 식당칸이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열차의 순방향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었는데, 바로 옆좌석의 친구들이 보였다. 식당칸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이쪽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자기들도 식당에 가보려고 5칸이나 넘어갔는데, 식당이 나오지 않자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흠, 6칸 째에는 식당이 나오지 않으려나? 괜히 내가 직접 가보고 싶어, 통로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엄청 무겁고 잘 열리지 않는 게, 아마 얼어 있는 것 같았다. 얼음장 같은 통로를 지나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칸을 넘어가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무너져 내릴 뻔했다. 두꺼운 철문의 창문으로 귀신이 보였다. 귀신의 정체는 두 명의 러시아 남성이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넘어가도 되냐고 손짓하니, 안된다며 길이 없다며 돌아가라는 것 같았다. 길이 없다는 건지, 그냥 안 보내 주는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저 두 러시아 남성을 뚫고 지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냥 돌아가는 쪽 문을 다시 열었다. 문을 열자 전 칸의 차장님이 한숨을 쉬시며 나오시더니, 두 러시아 남성을 호되게 꾸짖는다. 문이 열렸을 때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걸 보니, 아마 흡연을 하기 위해 열차 통로 칸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의 흡연은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어디서도 담배를 펴서는 안 된다. 차장님이 두 명의 남성들을 쫓아냈지만, 나는 낯선 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잃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친구와 함께 다시 식당으로 가보기로 했다. 동글동글 순둥순둥한 얼굴의 친구가 혼자서 여행을 한다니, 전혀 안 어울리지만 멋있었다. 후, 확실히 같이 가는 친구가 있으니, 움직일 수 있는 용기가 샘솟았다. 차장님께 물어보니 식당칸은 반대쪽이었다. 그냥 처음부터 물어볼 걸.
몇 칸 옆으로 넘어가니, 금방 식당칸이 나타났다. 식당칸은 생각 이상으로 깔끔하고 좋았다. 양 옆으로 소파형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고, 어느 테이블에서 식사를 해도, 침실칸과는 다르게 아주 커다란 창문을 통해서 횡단 열차의 바깥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흔들리는 열차의 소리도, 진동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런데, 식당 음식의 가격은 끝도 없이 비쌌다. 어느 정도 비싸냐면, 아침 식사 시간이 되면 차장님이 침실칸을 돌아다니며 빵을 판매하는데, 그때 판매하는 빵 하나의 가격이 60 루블에서 100 루블이다. ( 1000원–2000원)
하지만 똑같은 빵이 여기서는 두 배나 비쌌다. 뭐 이왕 왔으니, 그래도 하나 먹어 보기 위해 연어 샌드위치를 하나 주문했다. 와우, 비싼 줄 만 알았는데 나오는 수준이 더 가관이다. 아침마다 판매하는 연어 샌드위치가, 식당에서는 두 배의 가격에, 샌드위치는 고작 반토막이다. 게다가 진짜 비리다. 이렇게 맛없는 샌드위치는 진심으로 난생처음 먹어본다. 버린 입맛을 헹구려고 콜라를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다시 열었다. 역시, 캔 콜라 한 병까지도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안 마시고 말겠다.
식당 칸에 또 다른 손님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아까 칸 사이에 숨어 담배를 피우던 러시아 남성 두 명이었다. 술에 취했는지 벌게진 얼굴로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대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우리를 보고 목소리가 찢어져라 자신들의 존재감을 뿜어냈다. 그리고 곧이어 우리를 향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친구의 팔에 있는 작은 문신을 보고 손짓하며 뭐라 뭐라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아마 분명 좋은 소리는 아니겠지,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베베 꼬아댄다. 그때 우리는 둘 다 파마머리였는데, 우리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지칭한 건지, 아니면 우리 보고 미쳤다고 비하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러시아에서는 곱슬머리를 한 사람이 없어서 곱슬머리를 한 외국인을 보면 귀여워한다고 하던데, 우리가 귀엽냐? 착한 친구는 그것마저 웃으며 번역기로 번역해서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불리한 쪽은 여행객인 우리 쪽이 분명했기 때문에, 대충 음식을 입으로 쓸어 담고, 한숨으로 찝찝함을 내뱉은 뒤 우리는 다시 침대칸으로 돌아왔다. 그 술 취한 러시아인만 없었다면, 뺨을 후려치는 비싼 가격의 음식이었지만, 환하게 트인 예쁜 바깥 풍경을 음식 가격만큼 충분히 즐기다가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다시 우리 칸으로 돌아오는 도중 갑자기 지나치는 칸의 차장님이 나를 끌고 갔다. 깜짝 놀라서 질질 끌려가는데, 문을 잘 닫지 않아서 열려 있는 문을 가리키며 나를 꾸짖었다. 아이고, 창피해라. 죄송하다고 말하며 얼른 문을 닫고, 도망치듯 침대로 돌아왔다. 어디서든 문은 잘 닫고 다니자.
*횡단 열차는 식당칸에서만 주류를 즐길 수 있다. 만약 식당칸에 간다면, 좋은 경치를 구경하며 맥주 한 잔 정도만 하고 온다면 최고의 식당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