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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꾸 Mar 03. 2022

인생은 역시 솔로 아니면 홀로!

 느닷없이 소개팅을 주선해 준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하지만 딱히 연애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시답잖은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 나는 딱 사회에 갓 발을 딛었던 사회 초년생이었고 여자 친구라는 것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내 인생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지난 인생은 변기통에 내려버리고, 앞으로 매달 통장에 꽂힐 달콤한 돈의 맛에 대한 기대만이 나를 지배했다. 이번 달은 옷을 사고, 다음 달은 캠핑용품을 사고, 돈이 아까워서 못했던 자기 계발을 통해 나 자신에게 투자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 그로써 몇 년 후 나는 얼마나 더 멋있어질지 상상하는 맛이 아주 달콤하기 그지없다. 아마 30세가 되었을 때쯤엔, 대출 없는 차도 있고, 어디 전세 들어갈 돈도 있고, 배짱 좋게 헬스장을 1년치씩 결제해서 열심히 운동을 다닐 테니 몸도 좋을 테고, 한가 할 주말마다 사랑스러운 내 첫 차와 함께 전국 팔도를 돌아다녀 여행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잔뜩 차있을게 분명했다. 


자유로운 인생은 역시 솔로 아니면 홀로다.


 계속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소개 한 번 받아보라는 귀찮은 연락이다. 이제야 기껏 솔로 라이프를 즐겨보려는데, 평생 소개팅에 소자 한번 안 꺼내던 애가 요즘따라 귀찮게 군다. 대충 됐다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데, 얘는 괜히 신경 쓰이는 단어를 자꾸만 연발한다. 


"예뻐"


 하, 예쁘다니. 아니,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이제 시작인 내 솔로 라이프를 포기할 수는 없지. 그리고 예쁜애면 더욱이 받을 이유가 없다. 일단, 나를 맘에 들어할 확률이 낮으며, 예쁜 애랑 소개팅하는 건 아주 부담스러운 일이다. 말이나 더듬지 않으면 다행일 테니까. 그리고 어? 만약 사귄다고 가정해보더라도, 예쁜 애 근처에는 분명 남사친의 탈을 뒤집어쓴 늑대들이 넘쳐날 텐데, 술 마시러 가면 혼자 불안해서 잠 못 이루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혹시나 결혼까지 한다고 생각해보면, 어휴 진짜 절레절레 다. 뭐 하나만 잘못해도 자기처럼 예쁜 여자 코를 꿰었으면 공주처럼 받들지 않고 뭐하냐며 구박받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자존감? 자존감은 무슨 자존감. 나는 그냥 내 평안한 삶을 위해 편안한 길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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