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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꾸 Mar 15. 2022

연인의 반대말은 인연이다.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내가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여부와는 상관없다. 그저 불쑥 찾아와 손 내밀며, 당장 사랑이란 것을 시작해볼 것인지, 미룰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들이밀며 재촉한다. 그리고는 째깍 거리는, 그리 길지 않은, 곧 지나갈 시간을 카운트한다. 시간이라도 넉넉히 주면 좋으련만.


 사랑에 이미 미쳐있는 자는 덥석 그 손을 잡을 것이고, 고민되는 자는 번뇌할 것이며, 감정이 둔한 자는 사뿐히 흘려보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시작에 있어, 번뇌 앞에 선다. 사랑했던 과거와, 결과가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사랑에 대한 번뇌다. 현재에 치중하는 사람은 눈앞의 손을 잡고, 미래에 대한 고통에 휩싸인 사람들은 쉽게 그 손을 뿌리치기도 한다.


 사랑은, 낯선 이다. 세상 어떤 길을 걷더라도 반드시 갈림길이 있기 마련이다. 한쪽을 선택하여 걷다 보면 또 갈림길이 나오고, 우리는 선택하고, 다시 걷는 것을 반복한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목표라는 것이 존재한다. 가령, 일주일 뒤에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계획 같은 것들. 당장 내일 집 근처 맛집에서 저녁을 먹을 예정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갈림길을 선택하는 데에는 목적을 위한 이유를 동반한다. 사랑이 낯선 이인 이유는, 내가 갈림길에 섰을 때, 선택해야 할 길의 반대편에서 손을 흔들며, 반대 방향으로 같이 가자고 유혹하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함께 걷고 싶을까, 목적지를 향해 가고 싶을까. 혹여 목적을 뒤로하여 후회를 남길 연인을 만들게 될까, 혹여 언젠간 만나고 싶을 아쉬운 인연을 만들게 될까.


 사랑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유는, 어떤 갈림길에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잔잔한 강이 보이는 넓은 길을 혼자 걷고 싶을 때가 있고,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거리를 둘이 같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랑은 그 타이밍을 결코 맞춰주지 않는다. 좋든 싫든 함께하던지. 혹은 혼자 하던지.


 누군가를 만나는 건 특별하다. 예고 없이 들이닥쳤음에도, 나의 어떤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것이 아주 작은 목적이었을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의 특권을 가지게 된다.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권리. 감정을 숨기는 무도회 가면 속의 표정을 마음껏 지을 수 있는 권리.


 외로움 없이,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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