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우데 Episode 3.

by 혁꾸

이볼긴스키 다짠, 라마교 사원


울란우데의 김밥천국이라고 불리는 ‘슐랭도’라는 음식 체인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사실 어느 식당을 가던 맛은 다 비슷비슷하다. 맛있어서 맛집이라기보다는, 그나마 먹을만해서 맛집인 듯싶다. 정말로, 우리나라 음식만큼 맛있는 게 없다.


울란우데를 방문한 이유는 ‘이볼긴스키 다짠’이라는 사원에 가보기 위해서였다. 130번 버스를 타면 울란우데 시내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이때 버스를 타기 위해선 꼭 타겠다는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 손을 흔든다던지. 버스에 탑승한 후 약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이볼긴스키 다짠’이라는 라마교 사원에 도착할 수 있다. 하얗게 눈 덮인 불교의 사원인데, 이 사원이 유명해진 이유는, 사원 내에 ‘이티겔로프’라는 라마교 스님의 시체를 모셔두었기 때문이다. ‘스님 미라’로 유명한 ‘이티겔로프 스님’은 가부좌를 한 상태에서 명상하듯 입적되셨다고 하는데, 75년 후 무덤을 파보니, 신기하게도 무든 근육, 관절, 조직, 피부 그대로 가부좌 자세를 하고 계셨다고 한다.


하늘이 넓게 트여 있는 사원은 아주 조용한 분위기였다. 사원에 입장하면 시계방향으로 걸으면서 관람을 시작하면 되는데, 사원을 시계방향으로 걷는 이유는 ‘고로오’라는 정화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관람로 옆으로는 알록달록한 원목 집들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의 집은 현지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관광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엄숙한 분위기 속이라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사원 내를 여기저기 걷다 보면 바람에 살살 돌아가는 ‘후르데’라는 여러 가지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주문이 길게 쓰여 있거나, 여러 신들의 그려져 있기도 하다. 이 곳 사람들은 후르데를 천천히 돌리며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또 사원 내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사원 중앙쯤에는 제단이 하나 있는데,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눈을 감은 채, 일자로 곧게 걸어가서 제단에 있는 돌을 쓰다듬으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쉬워보이지만 눈을 감고 일자로 걷기가 얼마나 어렵던지, 눈을 뜰 수는 없었던 우리는, 작게나마 “왼쪽~, 오른쪽~”하며 서로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도와줬다. 눈을 감고 제단을 향하는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며, 제단과 멀어지게 했더니, 제대로 말해달라며 어찌나 징징대던지. 아무튼 우리는 모두 서로 도움을 받았지만 제단 만지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이다.


사원의 중심에는 커다란 사찰이 하나 있는데, 관광객도 입장이 가능한 사찰이다. 사찰 안으로 들어가니, 사찰의 중간에는 불교의 사찰하면 떠오르는 부처 상이 엄청 커다랗게 있고, 그 주위로 여러 모습을 가진 부처 상들이 세워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불상들의 위엄에 압도되어 온몸으로 엄중함을 느낄 수 있다. 따로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탈한 여행을 기원하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기도를 드렸다.


이어서 사원의 현대식 미술관을 구경했다. 역사에 무지했기에 어떤 동상이고 그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름 볼만 한 미술관이었다. 미술관 안에서 가족단위로 보이는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는구나 싶었지만, 사진을 같이 찍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갑자기 왜 우리랑…? 뭐,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나쁘지 않은 기분에 사진을 촬영해드리고, 사원의 식당으로 향했다. 사원의 식당에서는, 울란우데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는 믹스커피 느낌이 나는 울란우데의 전통 차와. 손바닥 크기만 한 납작 만두처럼 생긴 ‘후슈르’라는 음식을 먹었다. 내가 여태 먹어본 음식들 중 후슈르가 가장 먹을 만했다. 커다란 튀김만두인 후슈르는 정말 한국의 튀김만두와 비슷한 맛이었다. 울란우데 전통 차는 실패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믹스커피를 기대한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


사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한산했던 들어오는 버스에 비해 나가는 버스에는 승객이 꽤 많았다. 사실 이 버스는 버스라고 하기보다는 봉고차에 가까웠다. 같이 버스를 타고 가는 아주머니들은, 사원을 다녀가는 외국인이 신기하셨던 것 같다.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 러시아어로 작게 속닥이시더니, 한 아주머니께서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어디서 왔냐, 북한인이냐,부터 시작해서 아들 자랑까지 하시는 덕분에, 재밌게 웃으면서 시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헤어지기 전에는 기념사진까지 찍어 달라고 하셔서, 연예인이 된 기분으로 기꺼이 사진을 남겨드렸다. 연예인이 된 기분이란, 정말 이런 걸까?



갑작스럽게, 찾아든 연예인 병


울란우데를 떠나기 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시내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도중, 성진이의 충전기 케이블이 망가져서 눈 앞에 보이는 대형 쇼핑몰에 들르게 되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블을 구매할 수 있었고, 이왕 쇼핑몰에 들어온 거,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조금 해보기로 했다.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깔깔대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더니, 현지 학생들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외국인이 신기한 듯 우리 주위에서 서성거렸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쇼핑몰을 구경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달려와 대뜸 SNS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한다. 아, 이게 스타의 삶일까? 연예인병에 걸릴 것 같았다. SNS 주소를 알려주고, 친구들과 함께 “그냥 여기서 살까?”하고 장난을 치며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다음 층에서 왜 우리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쇼핑몰에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그려진 온갖 상품들이 줄지어 널려 있었다. 와, 이 것 때문이었구나.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일궈낸 한류의 열풍이 우리를 연예인으로 만들었다. 아, 우리가 방탄소년단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한국인이라는 이유가, 우리를 연예인으로 만들었다.


스타가 되고 싶은 한국의 일반인들이여, 울란우데가 당신을 기다린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치즈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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