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정말 일어나기 싫은 아침이었다. 쉴 새 없는 인웅이 형의 재촉에 몸을 일으켰다. 조식 먹으러 같이 내려가지 않으면 x여버린다는 애정 어린 표현에 나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잔 탓인지 몸이 찌뿌둥했다. 도저히 씻을 힘이 나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호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방을 나섰다. 어우, 어젯밤에 이것저것 폭식한 탓인지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뭐, 힘찬 하루를 위해 조식을 먹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공짜니까.
호텔에는 다행히도 영어로 된 이정표가 있다. 'Cafeteria' 영어로 작게 써져있는 이정표 위로는 러시아어로 커다랗게 식당이라고 쓰여있는 것 같았다. 도저히 유추할 수 없는 문자의 형태다. 세상은 왜 이렇게 여러 개의 문자로 나뉘어 있어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참.
막상 식당에 도착하니 허기가 졌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들에 입맛을 다시며 접시를 집어 들었다가, 방 번호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에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데 웬? 우리가 예약한 정보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왜 포함인 줄 알고 있었을까? 밥을 먹으려면 조식비를 내야 했는데, 당연히 무료인 줄 알았던 우리는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방으로 돌아간 우리는, 조식을 포기했다. 이번에는 인웅이 형도 조식을 포기했다 ㅋㅋ.
밥을 포기하고 자려는데, 이번에는 성진이가 호텔의 헬스장을 가자고 한다. 어이구, 여행까지 와서 운동을 하자고 하는 친구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나도 운동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어서, 군말 없이 성진이를 따라나섰다.
호텔의 헬스장은, 피트니스 센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일반 객실 하나에 운동기구를 꽉꽉 채워놨다. 그리고 청소는 얼마나 안 했는지 먼지가 수북했다. 하지만 운동기구를 본 이상 무라도 썰어야 하는 법, 공복에 힘도 없는데 열심히 쇠질을 시작했다.
조식도 안 먹어서 힘도 없었지만, 우리는 파이팅으로 넘쳤다. 먼지 쌓인 기구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운동을 하는 건 지, 자랑을 하는 건 지 헷갈렸다. 운동 한 번 하고, 서로에게 몸 한 번 자랑하고, 다시 운동 한 번 하고, 거울 보면서 몸에 힘 한번 줘보고, 꺄르륵 거리며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나니, 땀으로 덮인 몸은 매끈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후끈거리는 몸을 식히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바로 "헙, " 소리가 나는 차가운 바람이 객실을 덮쳤다. 땀으로 매끈하게 젖어있던 몸이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졌다. 어우, 생각 이상으로 춥다.
개운하게 운동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체크아웃 준비를 시작했다. 큰일이었다. 어제 방바닥에 말려 놓은 빨래가 아직 축축하다. 그때 문득 화장실 안에는 보일러가 생각났다. 보일러 가스가 지나다니면서 따뜻하게 달궈지는 보일러 파이프가 있었는데, 뒤늦게 그 쇠파이프가 빨래 건조용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랴부랴 빨래를 파이프 위에 올려 둔 채, 다시 짐 정리를 시작했다. 얼마 뒤, 체크아웃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가기 전 보일러 파이프에 널어놓은 양말을 가져가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 두 번째 큰일이다. 이 양말을 없으면 더 이상 나에게 여분의 양말은 없었다. 화장실 문이 어떻게 잠기지...? 화장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은 성진이었다. 성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혹시 화장실 문 잠갔냐?”
“아닌데?”
“마지막에 나온 건 너잖아?”
“ㅋ.. 사줄게”
요즘도 울란우데를 떠올릴 때면, 그때 그 양말이 그리워지곤 한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먼저 짐을 맡기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역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그리고 국적이 북한으로 되어있는 열차 티켓 정보를 수정하기 위해 매표소로 향했다. 티켓 정보를 수정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티켓을 전부 수정하지 않고, 한 번 참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7만 원에 육박하던 수정 비용이, 여기서는 둘이 합쳐 4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아마, 관광화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도시의 역이어서 표를 수정하는 비용이 저렴한 듯싶었다.
Tip 요약 - 만약 열차 티켓을 수정해야 한다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표는 관광객이 적은 역에서 수정하는 것이 좋다. 티켓 교환 수수료가 확실히 저렴하다. 확. 실.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