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를 맞고 싶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가끔 비에 흠뻑 젖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시골에 살았던 어린 시절에는, 비가 올 때면 동생과 함께 집 앞에서 비를 맞으며 땅바닥에 뒹굴뒹굴했던 기억이 난다. 뭐가 그렇게 신났었는지, 비에 흠뻑 젖은 채 맨발로 흐르는 물웅덩이를 찰박찰박 밟아 대며 “꺄르르”하고 웃어 댔다. 집 앞 흙 밭에서 지렁이를 찾기도 하고, 풀숲을 휘적거리며 달팽이를 찾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 집으로 들어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면 밀려오는 노곤함에 우리는 세상모르게 잠에 들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항상 장마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었다.
그때는 비 오는 걸 사랑했다. 비가 올 때면, 비에 젖은 흙 내음을 좋아했다. 처마를 강하게 두드리던 빗소리가 듣기 좋았고, 비를 맞으며 뛰어다닐 때면, 발가락 사이에 스며드는 빗물이 시원했다. 먹구름이 해를 가려 먹먹해진 세상에 쏟아져 내리는 거센 장맛비의 모습과, 짙게 깔린 물안개가 그렇게 좋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비 오는 걸 좋아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퇴근길 버스 창문에 부딪히는 빗줄기를 좋아하고, 지붕이 딸린 테라스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다. 개발되어 버린 집에 처마는 없어졌지만, 땅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꽤 듣기 좋다.
어른이 되고 나니까, 비 오는 날 밖에서 뛰어놀기가 부끄러워졌다. 그렇다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계획 없이 맞고 싶지는 않고, 새로 산 옷이나 신발을 비에 적시고 싶지 않다. 눅눅한 비 냄새가 나게 되면 괜히 골치만 아프다. 괜히 감기에 걸릴 것 같거나, 소중한 머리카락이 빠질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서 나는 여태, 비를 사랑했던 기억을 전부 잊고 살고 있었다.
며칠 전,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비 맞기가 싫었던 나는 급하게 전동 킥보드를 빌려 집으로 달렸다. 피하려고 했는데, 막상 비를 맞으면서 달리니까 기분이 상쾌했다. 얼굴에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에 피부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흠뻑 젖은 채로 집에 도착한 나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노곤함에, 비를 사랑했었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가끔은 비를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