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두? 야 너두.
조금의 여백이 생기면 그 여백을 틈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함에 부정적인 생각들로 검게 물들여지곤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책을 펼 쳐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경험담과 그 속에서 느낀 생각들, 그리고 감정들을 간접 경험하고 그 속에서 내게 필요한 위로와 조언들을 얻어 내곤 한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나는 그 어떤 선물보다 책을 선물해주는 이에게서 특히 더 고마움과 따뜻함을 느낀다. 위로와 격려를 선물 받는 느낌이랄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나의 마음과 생각들을 정리하는데에 도움을 주는, 책을 읽는 시간이 참 좋다.
읽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글을 써보자 마음먹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 슬픔, 우울, 불안 등을 포함해 이 외에 알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글로써 구체화하여 왜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인지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기록하여 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서
불쑥불쑥 찾아오는,
나를 힘들게 하는 불안이라는 손님이
단골이 되고 싶어 하는 불안 맛집이 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고 싶었는데....
저..손님들? 저희 가게는 1인 1메뉴 원칙입니다만 :)
웅성웅성... 어머 여기 너무 맛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다음에 또오자구 껄껄껄
이미 소문났네.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애써 회피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슬기롭고 다정하게 잘 지내고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었다.
두 번째는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과 환상이 있었다. 뻔한 말이지만 꿈과 환상을 꿈과 환상으로만 지니고 있으면 평생을 동경만 하다 시도조차 못해보고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그 꿈은 아무도 모르게 나만의 꿈으로만 남게 된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일단 해보기로 했다.
잠꼬대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은가.
요새 무한 반복 재생을 하고 있는
[폴킴-하루에 하나씩] 이라는 따뜻한 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헛개수 차 한 모금.
골똘히 나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면
그에 맞춰 타닥타닥 백색소음을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키보드 소리.
세상에.
책을 읽는 시간만큼이나 지금의 시간도 좋다.
시작해보길 잘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내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가고 싶다.
말도, 표현도 멋지고 예쁘게 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서투르고, 투박한 글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묘하게 잔잔한 위로, 그리고 가벼운 끄덕임과 함께 공감을 주는 그런 투박한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하지 않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느낌으로.
그런 투박하고도 다정한 글을 쓰고 싶다.
나의 서투른 첫 글은 당연히 가족에게 제일 먼저 당당하게 읽어봐 달라며 애정 어린 협박을 했다.
오빠는 나의 글을 읽고 무심한 듯 다정하게
"처음치곤 잘 쓴 거 같네" 한마디를 툭 내던졌다.
그리곤 뒤 이어 "앞으로도 꾸준히 한 번 써 봐. 넌 하면 하잖아."라고 말해주었다.
"넌 하면 하잖아"
우와. 그 어떤 격려와 응원보다도 강한 한마디였다.
그래. 거창하지 않더라도 까짓 거 해보자.
미래를 알 수 없음에 우리는 늘 불안하지만 알 수 없는 그 불안한 어느 미래에 혹시 누가 아랴.
내 투박한 글이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뿐만 아니라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날이 오게 될지.
그게 아니더라도 나의 곁에 머물러주는 다정한 사람들에게 나의 글 들을 모은 한 편의 책을 선물해주는 날이 오기를 목표한다.
난 하면 하니까. 무엇이든.
일단, 조만간 오빠에게 치킨을 사줘야겠다.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