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때부터 머리카락이 많아 깜짝 놀랐던 아이. 돌 촬영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머리가 너무 덥수룩하게 자라서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집에서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도구들을 주문하기도 했으나 아이가 워낙 싫어해서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그나마 앞머리는 살짝살짝 다듬어줬으나 자기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옆머리나 뒷머리를 자르려고 하면 아주 기겁을 하는 통에 홈케어 미용은 포기.
처음 머리를 자르는 경험이다 보니 일반 미용실보다는 키즈 미용실이 좋을 것 같아서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키즈미용실로 방문했다. 키즈 미용실이다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들도 있고 미용사분들도 아이를 더 잘 다룰 거라는 생각을 하니 한 껏 기대가 되었다. 우리 아이가 첫 미용실 데뷔라니!
미용실 근처에 도착했는데 워낙 비슷한 건물이 많아 바로 건물 주차장을 찾지 못했다. 일단 근처에 차를 잠시 세운 후, 아내보고 아이와 함께 먼저 미용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빙글빙글 돌아 주차를 겨우 하고 2층에 위치한 미용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키즈미용실이 있는 건물답게 아기 울음소리가 아주 우렁차게 들린다.
"으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앙~~"
'아이고 우리 아기들. 머리 자르느라 다들 고생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미용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 싸늘한 느낌이 든다. 여러 명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한 명의 울음소리인 것 같고, 한 명으로 추측되는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울음소리다.
빙고. 이런 예감은 역시나 틀린 적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가 아내 품에 안긴 채 엉엉 울고 있다. 달래기 위해 영상을 틀었지만 영상 따위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무서울만하다. 뾰족하게 생긴 물체는 무엇이고, 왜 이것들을 내 머리에 가져다 대는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일 것이다.
자동차 모양의 의자가 탐났는데, 저기 앉아서 사진찍으면 이쁠 것 같았는데 하도 울어서 자동차 의자에는 앉지도 못하고 엄마 품에 앉아서 빠르게 머리를 자르고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샴푸까지 하고 나왔어야 하는데 샴푸까지 하고 나오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서 샴푸는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빠르게 귀가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는 머리 별로 안 자른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집에 와서 보니 웬 초코송이 하나가 집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결과적으로 키즈미용실은 실패. 어차피 이렇게 울 거였으면 동네 미용실을 갈 걸 그랬다. 다음번엔 동네미용실 여러 군데를 번갈아가면서 아이에게 맞는 곳을 찾아봐야지. 오늘 고생했고, 다음번엔 조금 덜 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