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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JY Mar 31. 2023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 더욱 믿음을 주자

동생 부부와 같은 단지에 살아서 가끔 공동육아를 하곤 한다. 공동육아라고 하니 거창해보이는데 그런건 아니고 가끔 서로의 집에 아이를 데려가서 함께 보는 것이다. 동생은 아이가 둘이라 크게 공동육아를 할 필요가 없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공동육아가 좋은 점이 많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은 점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 측면이다. 벌써부터 무슨 사회성이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 부모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걱정이 된다. 



공동육아를 하면 동생과 둘째 조카가 우리 집으로 오거나, 아니면 내가 아이를 데리고 동생 집에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서로 아이를 잠깐 봐주고 반나절 정도 쉬다오기로 해봤다. 아이가 기질적으로 조금 예민해서 그런지 장소가 바뀌면 겁먹어 울먹울먹거리기도 하고,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부모의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그래도 동생네 집은 몇 번 가봤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동생은 예전에 공동육아를 하면서 아이의 예민한 모습을 몇번 봐서 그런지 걱정을 했지만, 제수씨가 "걱정마. 우리 애 둘 키우는데! 내가 보면 되지"라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든든한데?




그렇게 며칠 뒤 동생네 부부가 둘째 조카를 우리에게 맡기고 첫째 조카와 함께 서울식물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날도 마침 따뜻해지고 해서 산책도 하고 콧바람도 쐬고.






그리고 2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우리 부부가 아이를 동생에게 맡기는 날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아침에 일어나 이유식을 먹이고 정리를 한 후 동생 집으로 출발했다. 동생 집에 조금 있다가 아이가 잘 노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아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우리 얼굴을 잘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말했다고 생각해서 룰루랄라 놀러나갔는데 이게 패착이 될 줄이야.



오랜만에 둘 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멀리 가진 않고 집에서 가까운 브런치 카페에 다녀왔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브런치인지.



중간에 걱정되서 동생에게 카톡을 해봤지만, "응. 울다가 이제 그침. 괜찮으니 놀다가 들어와"라고 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편한 마음으로 산책이나 하다가 들어갈까 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냥 집으로 출발했다. 집에 도착해 주차를 한 후 조금 쉬고 있는데 띠리링~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전화를 받자마자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형. 진짜 미안한데 전화 안 하려고 했는데 아이가 너무 운다. 좀 오는게 어때?"

"안 그래도 주차장이야. 바로 갈게"



아내와 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에휴 한숨을 쉰 후 동생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동생 집에 도착하니 맙소사. 아이는 눈물 콧물 다 찔찔 흘리면서 서럽게 울고 있고, 그 와중에 동생은 아이를 안아서 계속 달래주느라 티셔츠가 눈물로 다 젖어버린 상황. 아이를 얼른 안아서 달래주니 슬슬 울음을 그친다. 아이를 조금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이쿠 가관이었다.



우리가 나가고 5분 정도는 잘 놀았는데 어느 순간 엄마 아빠 목소리가 계속 들리지 않자, 그 때부터 엄마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음 발사. 우리 나름대로는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처음보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우리 인사를 제대로 못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울먹거리는데도 엄마 아빠가 나타나지 않자 강도를 높여서 으아아앙. 동생네 부부가 번걸아가며 안아줘도 그치지 않고, 첫째 조카가 나름 오빠미를 발휘해서 책과 다른 장난감을 가져다줘도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그렇게 울다 지쳐서 결국 꿈나라로 가버렸다고 한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어? 이놈의 엄마아빠가 아직도 안 왔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라며 3차 울음 발사. 이러한 상황까지 오자 동생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우리를 콜한 것이었다. 그렇게 긴 하루를 보내고 아이를 재운 후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고 몇 가지 결론이 나왔다.



가급적 한 번에 너무 많은 변화를 주지 말자.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아이 눈을 보고 충분히 말해주자.
처음엔 10분, 그 다음엔 15분, 그 다음엔 20분. 이런 식으로 자리 비우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자.
낯선 곳에 아이를 놓고 갈 때는 우리가 처음에 30분 이상 충분히 같이 있어준 후 떠나도록 하자.




그리고 아내와 나 둘의 생각이 일치된 것이 하나 있다. 오늘 이렇게 아이가 울었다고 해서 이런 상황 자체를 피하면 안 된다는 것. 조만간 어쨌든 어린이집을 다녀야 할 것이고, 언제까지 부모와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는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생활하고 낯선 곳에도 있어보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우리보다 더 오래 세상을 살아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아이가 불안함을 덜 느낄 수 있도록 엄마 아빠는 항상 너와 함께 있을 것이고 약속된 시간에 반드시 와서 널 데리고 갈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와 아내 모두 부모가 처음이니까 이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인데 그냥 무조건 같이 있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부모니까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사랑하는 딸 오늘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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