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5월의 첫날, 아이를 품에 안고 어린이집 첫 등원을 했다. 만약 아이가 잘 적응해 준다면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개인적인 휴식시간이 생길 수도 있었기에,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유식을 맛있게 먹고 아이와 좀 놀아줘서 기분을 좋게 만든 후 어린이집으로 출발!
며칠 전 원장선생님과 상담할 때 첫 1~2주간은 아이와 함께 등하원하고 이후 아이가 어린이집에 좀 적응하면 그때부터 아이가 혼자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보자고 하셨다. 아이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나 역시 원장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했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처음 들어갔는데 다행히 아이는 어린이집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다른 아이들도 텃세 없이 아이를 반겨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른들의 세계라면 묘한 기싸움이 있었을 법도 한데 역시 아이들의 순수함이란. 아이가 아직은 어색해서인지 아빠의 팔과 다리를 꼭 잡은 채 주변을 열심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아직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 아이를 키워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우리 아이는 새로운 것을 접하면 바로 움직이는 행동파보다는 주변을 탐색하고 본인이 적응하면 그다음에 행동을 하는 신중한 스타일 같았다. 돌다리도 3번 정도 두들겨보고 조심히 건너가는 스타일?
"여긴 어디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그리고 재밌어 보이는 장난감도 많은데?" 등등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15분 정도 탐색을 하더니 드디어 한발 한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빠와 떨어져 처음으로 낯선 장난감을 만지는 데 성공했다.
어린이집 첫 등원을 무사히 마치고 하원하려고 하는데 원장선생님께서 내일은 조금 일찍 등원하라고 하신다. 분기마다 한 번씩 생일인 아이들 모아서 생일파티를 하는데 우리 아이도 마침 5월생이니 같이 생일파티를 하자고 하셨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준비를 하고 도착했는데 와우! 생일상이 아주 거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 생일파티할 대상자가 우리 아이 포함 총 3명인데 나머지 2명이 오늘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어쩐지 아침에 원장선생님께서 전화 오셔서 "오늘 아이 오는 거 맞죠?"라고 재차 확인을 하시더라. 어쨌든 생일을 맞이한 선배 아기님들은 참석하지 못하고 두 번째 등원한 신입 영아만 찰칵!
생일이라고 아이 개인선물(옷, 공룡가방, 편지)도 듬뿍 챙겨주셔서 살짝 민망했다. 선...물 받으려고 일찍 보낸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래도 앞으로 계속 다닐 거니까~라고 생각하며 감사히 받았다.
아이와 함께 등원한 지도 어느덧 거의 2주가 지났다. 1~2주 정도면 적응이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직 아빠를 계속 찾아서 같이 등하원을 하고 있다. 적응이 너무 더디자 원장선생님께서 방안을 제시했다. 아이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있을 때 아버님이 어린이집에서 한 번 나가보라고. 만약 아이가 울면 우리가 한 번 달래 보겠다고.
그래서 아이가 선생님 품에 안겨있을 때 몰래 한번 탈출했다가 큰 봉변을 겪었다. 아이가 걱정되어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아이 울음소리가 어후.... 아이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이다.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이제 다시 아빠한테 가려고 하는데 "어?? 이놈의 아빠 어디 갔지? 나 여기 놔두고 간 거야!! 으아아앙"
그래서 다음부턴 전략을 수정해서 정공법을 쓰기로 했다. 몰래 도망가기보다는 아이 눈을 바라보고 "아빠 먼저 갈게. 대신 아빠가 조금 있으면 너 데리러 올 거야. 걱정하지 말고 잘 놀고 있어. 아빠 금방 올게"라고 말해주며 밖으로 나갔다. 물론 아이는 어린이집이 떠나가도록 울어서 마음이 아팠지만 이것 역시 적응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들 또한 계속 이렇게 아버님이 같이 등원할 수 없으니 자리를 비우시는 시간을 늘려보자고 했다. 아버님이 가시고 난 후, 아이가 우는 건 우리가 어떻게든 달래 볼 테니 일단 가시라고. 다행스럽게도 정공법은 성공적이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날이 갈수록 작아졌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아빠와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키즈노트를 통해 보는 아이도 이제 어린이집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앞으로 아이를 대할 때 가급적이면 정공법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와 함께 가는 일은 단거리 레이스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긴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꼼수를 쓰면 그때는 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 - 자식 간에도 믿음이 중요한데 믿음이라는 것은 일단 한 번 깨지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친구 같은 아빠'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도 나에게 자신의 비밀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믿음직한 부모가 되고 싶다. 나의 경험상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걸 목표로 하고 노력하면 그 정도는 못해도 비슷한 아빠로는 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이건 못 참지! 공룡 어택은 한 번 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