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이트 큐브 갤러리의 툰지 아데니 존스 전시
화이트 큐브의 하얀 벽면에 강렬한 원색의 대형 캔버스가 갤러리에 들어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조금 가까이 가보면 추상적 형태가 아닌 캔버스에 갇힌 탄탄한 근육을 가진 사람의 시선이 느껴진다.
툰지 아데니 존스는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와 러스킨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미국 예일을 졸업하고,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많은 부분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그는 흑인의 신체를 표현하고, 이 신체는 작가의 강력한 내러티브 도구로 작용한다.
붉은색을 중심으로 채색된 신체들이 유사한 색들과 틈틈이 연보라, 연하늘, 연두, 민트, 분홍색의 몇 겹으로 랜더링된 식물 잎사귀들 사이에서 역동적으로 존재한다. 이 신체들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왜곡되어 있고, 마티스의 <춤>에서와 같이 원색적이다.
거대한 캔버스는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작품은 인간과 주변 환경, 그리고 그 경계에 관하여 말하고자 한다. 그는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나이지리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프리카 다카르에서 보낸 시간을 회상하면서 "이 공간은 낯설지만 자신이 소수자가 될 필요가 없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느꼈고,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구 백인 중심의 옥스포드와 예일에서 공부하면서 젊은 흑인 화가로서 그들의 시선에 얽매였던 것에 관하여 점차적으로 분석하고, 해체하면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탐구한다. 그는 영국계 나이지리아인으로서 작품의 소재나 의식은 요루바(Yoruba) 문화의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 문화와 자신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자신과 주변의 흑인 문화를 말하고자 한다.
이번 홍콩 화이트 큐브에서 열린 <Deep Dive> 전에 소개된 작품들에서 자연의 다채로운 열린 구성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춤추고 있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인물들은 한 발짝 나와있기도 하고 물러나 있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꼭 말을 걸어올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슬퍼 보이기도 하고...
작품을 볼 때 가끔 그 작품이 작가의 자화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화이트 큐브에서 만난 툰지 아데니 존스의 작품들이 오늘날의 젊은 디아스포라의 시선에 비친 자화상처럼 느껴졌다.
PLACE
화이트큐브 갤러리, White Cube
50 Connaught Road Central, Hong Kong
센트럴 중국농업은행 빌딩 1층에서 웅장한 입구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센트럴에 위치한 갤러리답지 않게?! 1층과 2층으로 굉장히 넓은 공간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2층에 메인 전시를 하는 공간과 별도의 방이 있었는데 그곳에 안토니 곰리, 안젤름 키퍼 등 대가 등의 작품도 몇 점 자리하고 있었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데미안 허스트 등 영국 작가들을 발굴, 소개하였고 뉴욕, 파리, 홍콩 등에 위치한 국제적인 갤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