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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Apr 19. 2023

왜 이렇게 부드럽고 무심할까요?

홍콩 페이스 갤러리의 장 샤오강 전시


 장샤오강(Zhang Xiaogang, 1958~)은 빛바랜 가족사진이나 증명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대가족 시리즈>를 통해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이 고요하고 무심해 보이는 인물 군상 시리즈는 중국 과거 역사에 대한 하나의 회상으로 해석되어 중국 현대미술에서 하나의 시각적 상징이 되었다.


 이런 장샤오강의 최근작을 홍콩 페이스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장샤오강의 최근작들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배치한 정물 작업이다. 작품들은 책, 세탁기, 텔레비전, 세면대, 전구, 침대 등 집에서 볼 수 있는 일상사물을 소재로 한 작업들이었다. 초현실주의 작업이 그렇듯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사물들이 묘하게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져 있다.

 장샤오강의 회화는 대가족 시리즈를 비롯하여 청회색의 단조로운 색채를 기저에 깔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결정적으로, 파스텔톤이라고 하기에는 오묘하게 높은 채도를 가진 그 만의 색채가 사람들의 무언가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작품들은 붓질자국 하나 없이?! 작업되어 있어서 만져볼 수는 없는 사물들의 표면을 부드럽게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 위에 유화로 작업한 세탁기와 텔레비전 작품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잡지로 콜라주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장샤오강은 개인적으로 1980년대에 건강이 매우 안 좋아서 병원에서 생활했다. 그때의 경험에서 느낀 삶과 죽음 사이의 상실감, 공허함, 초월감이 하강하는지 상승하는지 모르겠는 인물들이 표현된 작품 전반에 서려있는 듯하다.

 페이스 갤러리에서 장샤오강의 독창적인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집단적이고 시대를 대표하는 정서에서 나아가 인간의 일상적인 심리와 경험의 모습으로 변모한 회화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PLACE

Pace Gallery 페이스 갤러리

12/F, H Queen's, 80 Queen's Road Central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일명 갤러리 빌딩 중 가장 큰 규모인 H 퀸즈 빌딩 1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바로 갤러리 입구와 맞닥뜨린다. 페이스 갤러리는 안 글림처(Arne Glimcher)가 설립한 미국 갤러리로 뉴욕, 런던, 제네바, 서울, 홍콩 등 전 세계에 8개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국제적인 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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