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5분 글쓰기로 정했다. 분량도 정해야 할 거 같아 한문단으로 잡았다. 하루에 오롯이 내 시간으로 잡은 게 5분은 아니지만 5분 글 쓰려면 55분은 진짜 쉬어주고 원기옥을 모아야 한다. 이름하여 5분 안에 글을쓸수있단말인가? 프로젝트. 그렇게 다짐을 적고 보니 벌써 오늘 계획한 5분이 되었다.
다음날 이어서 쓰는 글이다. 일단 5분이라도 글을 쓰자고 다짐한 이유는, 그래도 안 하는 거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하루하루가 너무 손 안의 물처럼 빠져나가는 기분이라, 뭐라도 적어둬야 '아, 내가 순간순간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 할 것 같다. 만약 내가 삶을 기록해 정리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복잡한 잡념으로 가득 찰 것 같다. 대충이라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늘 분량도 이렇게 마무리해볼까 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데 내 재주는 무엇일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책 읽으면서 짤막한글 모아두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메모장에 보면 어디서 봤는지도 모를 문장들이 여기저기 늘어져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어쩌다 우연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것들이 하나둘 꿰어지면 엄청 기분이 좋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고 그것이 재주인가?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웃긴 짤 검색을 하고 먹방을 본다. 재주는 아니어도 그나마 좋아하는 일이라도 하는 게 유익할 거 같은데? 하는 찰나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분은 하루에 20분이라는 시간을 정하고 그림을 그린다고했다. 이유인즉, 이런 얘기를 작품으로 올려도 되나 싶은 시시콜콜한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고, 제한시간안에 순간 집중력을 올려주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 작가는 20분짜리 결과물이라기엔 너무 완성도가 높은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내 5분짜리 글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그 뜻만큼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힘을 내고 하루 5분짜리 느리고 작은 글을 조금씩 꿰어본다. 핵심 포인트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꼭 결과는 엉성한데 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글 쓰는 데는 5분 일지 몰라도 하루 종일 신경 쓰고 마음을뺏긴다면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마치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이듯이 뚜껑을 연순간부터 딱 5분만 투자해보자.
내가 생각한 첫 번째 스텝은 힘을 빼는 것이다. 힘을 빼기 위해서는 목표를 낮게 잡아야 한다. 솔직히 이 한 편의 글을 한 달째 쓰고 있으면서도 벌써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글쓰기는 역시 어렵다. 게다가 체력과 감정에도 영향을 받다 보니 글 같은 거 안 쓰고 머리를 비우고 싶다. 하루에 한편 글을 쓰자 했다면 일 년 내내 진짜 하나도 안 쓰려고 했을 것이다. 그나마 딱한문단으로 정했기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스텝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지레 포기하지 않기. 사람은 어른이 될수록 점점 쓸데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시간에도 가성비라는 개념을 적용해서 꼭 필요한 일인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시간이 낭비되었다고 생각하면 계속 신경이 쓰인다. 많이 알아 현명해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삶에 여유나 재미가 줄어드는 기분이다.
그래. 내가 돈을 버는 일만 유용하다고 생각하고 자꾸 자존감을 깎아 먹어 그렇지, 세상에 아주 쓸데없는 일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는데 직업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있다. 꼭 돈을 벌거나 유익을 가져다주는 일이 아니어도 그냥 내 머리를 비우게 해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시간도 필요한 거 아닌가? 어린이들이 손장난 게임을 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그저 행복하듯이, 나도 낙서 같은 글을 쓰면서 가성비는 낮아도 그만큼 여백이 있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다.
세 번째 스텝은 꾸준함이라는 단어에 발목 잡히지 않기. 앞에도 말했지만 나는 이 글을 한 달째 쓰고 있다. 10 문단 남짓한 글인데 한 달 걸렸다는 것은 작심삼일을 3번 하고 나머지는 그냥 쉬었다는 거다. 그래도 나는 너무 실망하지 않으려고 한다.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되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한 순간 실망했다면, 더 안 썼을 거니까. 그나마 에이 20일은 날렸지만, 10일이라도 채워보자라는 마음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 귀찮은 걸음을 뗄 수 있었다.
결국 대충 하겠단 뜻인 거 같지만 때로는 대충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누가 전력으로 열심히 써보자 한 순간 이런 글을 남기겠는가? 대충이라도 써서 글 한 개라도 마무리해보자 했으니 5분 프로젝트를 어영부영 끌어왔다. 대충 시작해서 대충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기고 조금은 흐름을 타서 스스로 뿌듯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포인트는 그냥 시작하는 데 있는 거 같다. 대충이라도 해보자고 시작을 하니까, 나 자신이 어설퍼도 수습을 해가며 따라나서게 된다.
역시 5분씩 한문단이라는 건 감정 따라 생각이 여기저기 튀어서 통일감은 없는 거 같다. 하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재미가 있기도 하다.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간 동안 얼마큼의 글을 담아낼 수 있을지 돌아보는 재미는 있을 것이다. 그것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