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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Nov 15. 2023

이번 선물은 생필품으로 안 되겠니?

내가 돈 1만 원에 예민해지는 이유


마트에 갔는데 돈이 만원뿐이었다.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필요한 건 겨우 우유 2 통이었기 때문이다. 

우유를 사고 남은 돈은 비상금으로 지갑에 넣어둬야지.

별생각 없이 1.5리터짜리 우유를 계산대에 올려놓고 장바구니를 꺼내던 나는 깜짝 놀랐다.

바코드에 찍힌 우유 2통의 값이 딱 만원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마트에 갈 때마다 이렇게 놀라게 된다.

만원 하면 꽤 큰돈으로 느껴지는데,

장바구니에 돈을 계산해 가며 담다 보면 만원에 살 수 있는 물품이 몇 개 없다.

내가 어렸을 때 만원의 행복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만원으로 무려 일주일을 알뜰하게 보내는 게 미션이었다.

게다가 상대방과 대결구도로 만원에서 얼마나 남겼는가를 겨루었는데 

요즘은 만원으로 일주일은커녕 하루를 알뜰하게 살기도 벅찬 돈이 아닌가?





얼마 전 남편과 함께 기능성 샴푸를 고를 일이 있었다.

기능성이라 그런지 어찌나 비싼지 

300ml냐 500ml냐를 고르는데 가격을 보니 만원 차이였다.

그러니까 내가 만원을 더 지불하고 얻는 대가가

고작 머리 몇 번 더 감고 나면 끝이라는 말인가?



우리 집은 생활비로 일정액을 쓴다. 이는 몇 년째 거의 비슷한 액수다.

생활비는 고정인데 물가가 치솟으니 거기서부터는 선택의 문제로 들어가게 된다.

어떤 물건이 우선인지 어떤 물건이 더 필요한지 판별해 내어 더 적은 가짓수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음식과 생활필수품부터,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까지.

효율적인 소비를 위해서라면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인지 좀 알아둬야겠다.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


일단 마트에 가면 1000원에 버섯, 콩나물, 깻잎 정도를 살 수 있다.

무, 두부, 호박, 오이 정도를 사려면 2000원을 내야 한다.

여기서 감자, 파프리카, 고구마를 사려면 3000원 정도를 낸다.

우유, 만두 작은 거 한봉, 대파, 양파 같이 좀 두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은 4000원대다.

각 카테고리당 하나씩만 샀어도 벌써 1만 원을 소비했다. 개당 5000원씩 하는 사과, 배 같은 과일은 이미 패스. 15구에 6000원인 달걀과 정육 코너에는 가지도 못했다.

예전에는 유튜브를 보면 일주일 밑반찬 1만 원에 만들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제는 1만 원 이내의 재료로 몇 가지 만들어보기 수준이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보자. 삼각김밥만 먹어도 1500원, 라면이 1000원, 생수가 500원,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를 먹으려면 5000원, 아이스크림이라도 먹는다면 1500원.

여기선 1만 원이 더 빨리 끝난다. 

생필품은 또 어떤가. 휴지 한 통에 1000원, 비누도 1000원, 

세제 리필이 5000원, 물티슈 한 통에 2000원.

양말은 6켤레 만원에 싸다 싸 스티커가 붙어있고, 제일 싸구려 티셔츠가 만원이다.

물건 구매는 고사하고 숨만 쉬어도 나가는 관리비와 내 집에 앉아 쉬는 비용까지 

값으로 매긴다면 만원은 몇 시간어치일까... 그건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내가 중학생 때 선생님께서 우리 때는 천 원이면 슈퍼에서 이것저것 다사고도 남았는데,

이젠 천 원으로 할 게 별로 없어... 하셨는데, 이제는 만원을 보는 내 심정이 비슷한 것 같다.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 생활비가 고정이라는 것이다.

돈 만원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돈 만원이 없으면 그것도 못하기 때문에 더욱 치밀하게 계획을 짜야만 한다.



이틀 전 뉴스에서 봤는데, 요즘 대형 마트에 가전제품이나 잡화점 코너는 한산하고

식료품 파는 곳만 사람이 북적인다고 한다. 물가 탓인지 쓸 수 있는 소비가 이제는 식비로 한정되어 간다.

꼭 필요한 것. 그러면서도 할인행사를 하는 저렴한 것만 그때그때 구매하는 것이다.

두 개가 붙어있거나 아이들이 꼭 먹어야 하는 것 위주로만 산다.

식비도 더 줄여야 할 상황이라, 외식배달은 자제하고 밑반찬 열심히 만들어 먹을 음식 미리미리 쟁여둔다.



선물로 생필품은 안 되겠니?


내 생일날 가족과 친구들이 갖고 싶은 게 없냐고 물어왔다.

옷? 화장품? 순간 몇 가지 물건이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꼭 갖고 싶은 물건은 아니었다.

그보다 당장 과일을 좀 실컷 먹었으면 좋겠고, 빵도 좀 사 먹고 싶고,

그러고 보니 집에 쓰던 샴푸가 다 되기는 했는데...

예전에는 선물은 내 돈으로 사긴 아깝고 남이 사주면 잘 쓸 거 같은 기분 좋은 물건의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선물로 당장 쓸 생필품을 받고 싶어 진다.





물건을 살 때 500g 살 것을 300g만 사고, 6개 먹고 싶을 때 딱 2개만 먹는다.

그렇게 어찌어찌 노력하다 보면 5천 원 정도를 절약하기도 한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어차피 평생 동안 나에게 들어올 돈은 (사업이나 투자로 대박을 내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예정이 되어 있다.

지금 내가 마음대로 쓰게 되면 미래의 돈과 행복을 끌어다 쓴다. 

그리고 반대로 지금의 내가 참는다면 미래의 돈과 행복을 마련해 간다.



만원으로 꼭 생존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길에서 맛있는 떡볶이랑 붕어빵을 먹을 수 있고, 

문구점에서 디자인이 예쁜 수첩이나 펜을 살 수 있고, 대중교통을 타고 가고 싶은 곳 어디로든 다녀볼 수 있다.

거기서 오천 원을 더 쓴다면 책을 한 권 사거나, 혼자 조용히 재밌는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아낄 때는 좀 허무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아끼다 보면 만원으로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즐길 수 있는 날도 오니까.

나는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작고 소중한 1만 원을 더 소중히 여기자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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