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 번 서로 보고

짧은 만남, 선명한 연결

by 순간과 영원

"얼굴 한 번 서로 보고~" 찰칵!

작년 봄, 군산을 여행하던 중 초원사진관 앞에서 남편과 나의 사진을 찍어 주던 사람이 말했다. 나는 갤럭시 모션 포토 기능으로 찍힌 그 장면을 짧은 동영상으로 변환해서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로 설정해 두었다.


앞서 기념촬영 중이던 아주머니 일행 중 한 분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단체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이어서 우리 부부 사진을 찍어주시겠다 했고 리는 초원사진관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서있었다. 촬영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렸지만 열정적인 그녀의 촬영은 좀처럼 멈추지 않아 조금씩 다른 포즈를 짜내던 중, 그녀가 빠르게 "얼굴 한 번 서로 보고~"라 외쳤다. 편과 나는 반사적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이 터졌다. 그녀의 음성과 시키는 대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군산 여행을 마친 후 한동안 그 동영상을 자주 보았다. 문득 생각이나 오랜만에 다시 보았는데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주던 여성분은 잘 지내시려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에게서 연속적인 사람이다. 초원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후 나는 남편과 어디론가 걸어갔을 것이고 저녁을 먹고 남은 여행을 마쳤을 것이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살아 잘 지내고 있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던 그분은 나에겐 잠깐 스쳐간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녀 역시 우리 부부의 사진을 찍어주고 난 뒤 그녀의 일행과 어디론가 떠나고 일상으로 돌아가 별일이 없다면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신기졌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종종 이런 식의 궁금증을 가져왔던 것 같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받았던 일, 내가 누군가를 배려 했던 일, 같은 목표를 위해 누군가와 동행한 일(예를 들면 해루질 체험 펜션에 묵으며 다른 투숙객 및 체험객과 해루질 교육을 듣고, 이동하여 체험하고, 돌아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름도 모르고 얼굴마저 금세 잊어버리기 마련이지만 분명하게 기억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짧은 인사 혹은 눈 맞춤으로 나눈 대화가 전부인 채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진부하게 쓰던 '인연'이라는 말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대학생 시절, 왕복 6차선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맞은편에서 건너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순간, 문득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나눠야 할 것만 같았다. 이 넓은 땅에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모두가 '진짜 남들' 보다는 특별한 사이지 않을까 하는 확신에 찬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인사를 나누진 않았지만 어느 날 친구에게 그 순간의 생각을 말했더니 전혀 동의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쭉 뻗은 길을 줄지어 달리다 보면 함께 달리는 차들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며 먼저 빠지는 차에겐 '안녕, 잘 가요.', 내가 고속도로를 빠질 땐 '나 먼저 가요, 안녕'이라고 마음속으로 인사한다. 가끔 손을 흔들 때도 있다.


나는 종종 인연에 대한 싱거운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껴질 때쯤 세상이 조금 기묘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이렇듯 횡단보도를 건널 때와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똘한 생각에 잠기는데 내 카카오톡 프로필에 남아 있는 동영상을 열심히 찍어준 그녀를 궁금해하는 것도 나에겐 별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분명 그녀와도 얼굴을 마주 보았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과 달리 그녀와 나 사이에 가느다란 실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순간을 기대하며 그녀가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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