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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Dec 20. 2019

평범한 오리지널스를 기대한다면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글을 쓰며 종종 단어나 문장이 막힐 때가 많다. 쓰던 글을 덮는다. 이게 내 한계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는다. 그러나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른다면 염려할 필요가 없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빌려와서 나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면 된다. 그렇게 글을 고치고 바꾸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여 나만의 생각으로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도 무척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말이다. ‘독창성이란 창조적 파괴행위’이고 ‘새로운 체제를 주장하려면 기존 방식을 해체’하라는 말을 수첩에 명언으로 기록한다.


    스티브 잡스, 마틴 루서 킹, 에이브러햄 링컨……. 세상을 변화시킨 독창적 리더들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가? 『오리지널스』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대세에 순응하지 않고, 시류를 거스르며, 구태의연한 전통을 거부하는 독창적인 사람들을 ‘오리지널스(originals)’로 명명하며, 몇몇 오리지널스의 명성만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치부할 필요는 없고 평범한 사람도 오리지널스가 될 수 있다고 책은 안내한다.


오리지널(original) 형용사. 어떤 것의 기원이나 원천, 그로부터 무엇인가 발생되고 진행되고 파생된다.
오리지널(original) 명사. 유일한, 독특한 특성을 지닌 것. 흥미롭거나 독특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 참신한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저자는 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없다며 우리가 지닌 생각은 모두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상에서 우리가 터득하는 것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창성이란, 특정한 분야 내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또는 그런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고 한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빌려와 발전시키거나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면 독창성이 있는 오리지널스가 될 수 있다고.


    ‘웹브라우저로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한 직원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재직 기간이 15퍼센트 더 길었다’는 결과는, 재직 기간이 15퍼센트 긴 것이 직원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회사의 이익을 보여준다는 점이 아쉽다. 나 역시 처음 크롬을 사용할 때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 이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이고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의미이며 익숙한 것에 대한 선호도 혹은 습성의 반영을 보여주는 결과다. 크롬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점은 아직 모르지만 충분히 창의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은 준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지 않을 용기와 도전정신이 장착되어 있다는 의미로 마음대로 해석한다.


유럽계 미국인들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덜 만족하면서도 경제적 불평등을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들보다 최저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경제적 불평등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확률이 17퍼센트 더 높았다. …… 시민권을 제한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제약하는 법이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면 그런 법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언론의 자유를 포기하겠다고 답한 사람의 수는 최저소득 계층이 최고소득 계층의 두 배로 나타났다. 사회적 취약 계층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계층보다 현상 유지를 더 지지한다는 결과를 얻은 조스트와 그의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그 여건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장을 내밀고 바꾸려고 할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모순된 결과를 얻었다".


    저자의 말은 여러 면에서 반박의 여지가 있다. 우선 연구의 의도다.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단체의 의도에 따라 문항은 얼마든지 조정되고 바뀔 수 있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덜 만족해도 불평등을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은 것은 최고 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들 혹은 지도자들의 프레임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문을 통해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가 그 바탕에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 여기에 유럽계 미국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굳이 구분 짓기를 통해 그들의 방향성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바꾸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현상 유지를 지지한다는 결과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취약계층이 자신들의 여건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장을 내밀어 바꾸려고 할 가능성을 위축시키거나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를 숨기는 것은 아닐까. 최고 소득 계층과 최저 소득 계층의 사회 변화를 지지하는 연구조사를 덧붙이지 않은 것도 설문 의도에 의심하게 만든다. 최저 소득 계층이 왜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숙고와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 또는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강자가 다르게 생각하면 양극화를 만들고 약자가 다르게 생각하면 세상을 이롭게 한다’(<정희진처럼 읽기> 중에서)는 말도 염두에 두고 싶다.


    위험은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하라는 말에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돌아보게 되었다. 성공, 실패의 확률을 수치로 보지 않더라도 성공의 확신은 위험에 대한 확신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위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적당한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친 채 계속 활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성공한 창시자들은 한 분야에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는 극도로 신중을 기함으로써 위험을 상쇄한다는 뜻’이라는 저자의 말은, 위험이란 노력과 열정의 분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엄청난 위험과 극도의 신중이라는 엄중한 경고의 깊이를 얼마나 이해하는가의 문제다. 그런 단계를 통해 획득한 창의성이라는 명성은 외줄 타기 만큼 위험하다는 것. 그렇기에 범상한 사람들은 그 범주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결론이겠지만.


    ‘왕자를 찾을 때까지 개구리에게 입맞춤하기’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 깊이 참고해야 할 사항으로 따로 메모해 두었다. 셰익스피어의 무수한 작품과 아인슈타인이 쓴 많은 논문, 그 외 음악가의 사례를 통해 뛰어난 작품과 뛰어난 곡, 이론을 만든 문학가, 음악가, 과학자들은 수많은 다작 중 뛰어난 몇 작품으로 그들의 천재성을 입증했다는 결론, 즉 다작이 그들을 천재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범인은 위로를 받는다. 열심히 하면 좋은 글을 완성할 수 있겠다는. 또 기발한 제목을 정하라는 말, 24번 생각했어도 하나 더 생각하면 그것이 제목이고 그것이 전설적 인물로 만들어 준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나이에도 위로를 준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운데 40대에 지은 작품은 그의 지능을 꽃피웠고, 60대에 시 창작의 절정기를 맞았다는 로버트 로웰의 결론은 많은 만학도를 위한 결론이며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표로 삼을 만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듦에 큰 위로를 주지만, 연장선상에서 천재 작가 이상과 이육사, 김소월의 죽음은 안타깝다. 현실에 발 담그고 이상을 꿈꾸다 죽은 그들의 신념과 삶이,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그들의 천재성이 가슴 아프다.


    오리지널스라는 책을 경제관념에 대한 세속적 확장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 의미라면 실망하게 될 것이 뻔하여 읽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기우였다. 오리지널스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이 책은 오리지널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오리지널스들을 위한 책이었다. 세상을 향해 오리지널스로서의 빛을 영원히 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오리지널스가 될 수 있는 기회와 자신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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