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Feb 06. 2022

전쟁속 슬픈 사랑의 반전들...

[넷플릭스 영화] 투와이스 본


영화의 배경은 보스니아 전쟁이다. 보스니아 전쟁은 1992년 4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유고슬라비아 전쟁 중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일어난 국제적인 무력충돌이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원한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계', 그와 반대로 유고슬라비아와의 강력한 통합을 내세우는 '세르비아계' 사이의 갈등이 전쟁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세르비아계는 '이슬람계의 씨를 말리'는 것을 목표로, 세르비아계는 '인종청소'가 목표였다.


어제까지 평범한 시민이었던 사람들은 총을 들고 학살에 앞장섰다. 1995년까지 25만 명이 사망했고, 세르비아 군과 민병대는 이슬람계 남자들에게 치욕감을 주고 인종 말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보스니아 전역에서 계획적으로 부녀자를 집단 강간하며 낙태를 할 수 없을 때까지 군 수용소에 감금해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남겼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1984년, 논문 준비를 위해 사라예보로 여행을 떠난 젬마(페넬로페 크루즈). 가이드인 고히코(아드난 하스코비치)의 소개로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쌓던 그녀는 연하의 사진작가 디에고(에밀 허쉬)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둘은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젬마의 몸은 불임판정을 받는다. 마음에 없는 말로 상처를 주며 떠나기를 종용하던 젬마는 디에고와 함께 다시 사라예보에 방문하고, 대리모를 권유받는다.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런던행 돈이 필요한 아스카(사데트 악소이)가 대리모를 자처하고 몸을 빌리는 일이 진행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총격으로 사라예보를 도망치듯 떠난다.


2012년,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젬마. 오랜 친구인 고히코의 연락을 받고 디에고의 사진전을 보기 위해 아들 피에트로와 함께 사라예보를 다시 찾는다. 마지막으로 고히코가 데려간 섬에서 젬마는 아스카의 몸을 빌리던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모두와 함께 지난 시간의 오해와 상처를 극복하고 디에고의 아들이 아닌 아스카의 아들과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사랑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디에고와 한눈에 빠지고 깊은 사랑을 나누면서도 유산과 불임으로 인해 디에고의 사랑이 떠날 것 같은 불안하다. 날마다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젬마의 사랑은 안타깝기도 하고 같은 여자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남자를 잃을까 봐 아이라는 단단한 끈으로 내 곁에 묶어두고 싶다는 그녀의 고백은 끔찍하게 아프다.


디에고의 사랑은 눈물겹다. 젬마를 충분히 이해하고 감싸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의 불안을 없애지는 못한다. 결국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갖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내전의 발발로 의사마저 병원을 버리고 피난하게 되자 병원을 통한 대리모 출산은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젬마가 이끄는 대로 아스카의 몸을 빌려 임신을 시도하던 디에고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군인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급하게 몸을 숨기지만 아스카가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하게 된다.


그날 이후 디에고는 젬마와 함께 사라예보에서 탈출했지만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가 없다. 디에고는 사라예보로 다시 돌아가고 전쟁을 사진으로 기록하다 성노예로 전락한 만삭의 아스카를 만난다. 군인들에게서 돈을 지불하고 아스카를 데리고 나온 디에고는 아스카를 돌보다 자신을 찾아온 젬마와 재회한다. 젬마를 여전히 사랑하고 젬마와 함께 돌아갈 기회가 있었지만, 디에고는 전쟁터에 남아 아스카를 돌보며 살아가다 스스로의 삶을 마감한다. 그의 삶은 파도처럼 들쑥날쑥했지만, 그래도 사랑이다.


전쟁의 아픔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는 인물이 어쩌면 디에고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엄마의 상처를 눈으로 목격했던 디에고였기에 엄마와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 아스카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숨어있다 나와서 엄마를 위로했던 것처럼 아스카에게도 그렇게 하며 자신을 향해서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 같다.


고히코의 사랑은 또 어떤가. 한눈에 젬마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젬마와 디에고의 뜨거운 사랑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젬마의 불임을 알고는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디에고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는 아스카와 결혼하여 아스카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살아가기도 한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 속에서의 사랑과 모성에, 사랑의 비극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히코는 사라예보 내전에서 희생된 자들이 묻힌 묘지를 찾아 엄마와 누이동생의 비석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사라예보 전쟁의 참상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아스카다. 성폭행으로 출산한 아이를 미련 없이 젬마에게 주고 목숨까지 버리려고 했지만, 디에고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두 번째 삶을 이어가기로 한다. 죽은 디에고를 위해, 살아 있는 젬마를 위해 전쟁통에 낳은 피에트로의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지만, 생기를 잃은 그녀에게 사랑은 없다. 단지 회한만이 남아있는 듯하다.



영화 <투와이스 본>은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이 원작 <VENUTO AL MONDO>(세상 속으로)을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다. 이탈리아의 국민배우인 감독과 원작의 작가인 마가렛 마잔티니가 부부고 영화에서 아들 '피에트로'를 연기한 배우 피에트로 카스텔리토가 그들의 아들이다. 영화에서 주연인 페넬로페 크루즈의 남동생 역시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였으니 가족 영화라고 부를 만하다.


보스니아의 분쟁은 오랜 민족적·종교적 반목이 1990년대 초반 ‘보스니아 내전’의 발발로 촉발된 것이며, ‘유럽의 킬링필드’로 불렸다. 여기에 정치 세력의 설전도 한몫했다. 국가를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선전을 하는 집단일 뿐이고 국민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정치인 저놈이 식당부터 거리 이름까지 바꿨어. 그 정도로 겁줬으니 우리가 꼬랑지 내릴 줄 알겠지. 핵심은 정치 세력의 선전이야. 그다음이 역사지."


"전쟁은 마을에서 시작돼. 축구 경기장에서도. 너희들이 모여 시나 쓸 동안에 말이야."


현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국가차원의 연방정부(2개 공화국)로 구성된 표면적 단일국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족 간 이질성과 분쟁이 존재하는 분단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은 어느 편이 이겼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전쟁은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과 관계까지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표를 얻기 위한 선전이나 국민을 겁주기 위한 도구로 안보의 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험에 따른 특정 인사들의 멸공 발언이나 선제타격, 군사합의 파기, 사드 추가 배치 등의 과격한 발언은 남북 관계의 정치적 해법을 모르는 사람인 내게도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국민이 불안해할 만한 위험한 발언을 잠시 이목을 끌겠다고 신중하지 못하게 뱉는 것은 사익을 위해 국민을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꾼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국민이 안전한 나라, 온전한 가족의 회복과 진실한 사랑을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영화를 보며 더 절실해졌다. 아마도 시국이 어수선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