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필사와 모방 글쓰기
읽고 쓰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이다.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독서를 많이 한다. 또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다른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만큼 생각의 폭을 넓히는 빠른 길도 없을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 세계의 생생한 반영이다. 또한 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을 돌파하는 지혜를 제공한다. 책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경구처럼 마음에 새기며 삶의 지표로 삼기도 한다. 넓게 생각하면 이러한 것들도 모방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글을 여러 번 읽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글의 문장과 비슷한 문장을 말하거나 쓰는 경우가 있다.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마치 내 글처럼 쓰고 발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작가의 문장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문장의 순서를 바꾸거나 어휘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는 이런 노력도 '창조적인 활동'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문학작품의 창조적 변형과 관련하여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모방과 패러디에 관련된 학습 단원이 등장한다. 주로 시를 가지고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기성 작가들의 경우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을 가져와서 모방, 변용, 개작하는 방법으로 시를 창작하여 발표하기도 한다. 이른바 패러디(perody)라고 하는 것인데, 패러디는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이다. 즉 '원전의 풍자적 모방'이나 '원전의 희극적 개작'으로 정의한다.
모방과 변용, 골계는 패러디의 3대 요소다. 즉 패러디는 해학과 풍자를 포함한다. 원본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원작을 비틀어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는다. 그리하여 본질적으로 새로운 이해와 해석에 의해 원작의 가치와 의미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방이나 패러디를 글쓰기 수업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짧은 시를 가지고 많이 하지만, 산문을 가져와서 모방을 하는 것도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패러디한 장정일 시인의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는 중등 교육과정에 등장하는 유명한 시이다. ‘꽃’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가볍고 편리한 사랑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세태를 풍자한 시이다.
산문을 이용한 모방글쓰기는 책 속의 문장을 가져와서 비슷한 흐름으로 쓰게 하는 방법이다. 좋은 예시문에 자기 생각을 얹어서 쓰도록 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않도록 비교적 어렵지 않은 도서(글)를 선택한다.
먼저 책(칼럼, 비문학 또는 문학작품)에서 5-6개의 문장을 발췌한다. 발췌한 문장을 잘 새기며 읽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다음 필사하게 한다. 필사를 할 때에는 띄어쓰기, 구두점, 행까지 똑같이 따라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
발췌한 문장에는 두괄식 또는 미괄식의 구성, 구어체나 문어체 등의 표현법과 문장 구성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혹시 몇몇 단어를 모르는 학생이 있더라도 글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우선은 그대로 쓰게 하는 것이 좋다. 필사하면서 문장의 운율(리듬)을 느낄 수도 있다.
필사를 통해 문장의 특징이 자세하게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문장의 흐름, 문장의 길이, 수사와 비유,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반어와 대조, 설명과 예시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게 한다.
정리하면,
1. 원문 그대로 따라 쓰기.
2. 맞춤법, 문장보호, 띄어쓰기는 그대로.
3. 문장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기.
4. 모르는 어휘는 따로 모아 정리한다.
5. 작문(모방글쓰기)은 필사문과 70% 일치해야 한다.
6. 필사 예시문의 5 문장 내외로 한다.
다음은 김찬호 작가의 <모멸감>과 김다은 작가의 <껍질 벗긴 소>, 이세훈 작가의 <선택적 필사의 힘>의 문장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학생들의 모방은 글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 어휘나 글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더라도 글의 느낌을 살리는 것만으로 모방을 통한 창조적인 활동은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멋있는 사람은 통상적인 감정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저 사람이 분명히 소리를 지를 거야 하고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누가 보아도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무섭다.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의 자극에 속절없이 휘둘리지 않는 내공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김찬호, <모멸감> 288쪽)
문장 분석하기 : ~한 사람은 ~다.
~( )하고 ~데, ~다.
~지만 ~다.
~않기 때문이다.
~이기 때문이다.
옷 잘 입는 사람은 통상적인 코디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저 옷에는 분명히 파란 가방을 들 거야 하고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자신 있게 빨간 가방을 드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누가 보아도 몸에 맞지 않게 큰 옷이지만 툭 걸쳐 입는 사람은 존경스럽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의 평가에 속절없이 휘둘리지 않는 내공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학생글)
나는 어릴 때 부끄럼을 많이 탔다. 사람들이 오면 구석진 쪽방에 숨기도 하고, 어쩌다가 손님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인사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낯가림을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란 나에게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사용법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새로운 발명품 같아 당황한 낯빛을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가 사람을 두려워한다고 걱정했다.(김다은, <껍질 벗긴 소>, 73-74쪽)
문장 분석하기 : 나는 ~했다.
첫 문장의 예시(부끄러움의 내용)
~는 아니었다.
~하지만 ~했을 뿐이다.
문장의 길이가 짧았다 길었다 반복, 리듬감이 있음.
나는 어릴 때 미끄럼을 많이 탔다. 친구들이 오면 다 같이 놀기도 하고, 어쩌다가 옆반 아이가 놀러 오면 인사를 하고 재미있게 놀았다. 하지만 나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나는 소심한 것을 들키기 싫어 언제나 다른 친구가 와도 재밌고 친근하게 접근을 한 거고 머리로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었다. 그런데 친구들은 나 보고 재미있다고 했다.(학생글)
독서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풍광을 즐기는 것이라면, 필사는 경치 좋은 곳에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는 것과 같다. 당연히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 추억을 회상할 때 더 선명하고 감동도 크다. 독서는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필사는 한 잔의 와인을 음미하며 향취를 즐기고, 마지막 한 방울에 온몸이 전율하는 느낌이라 할 수 있다. 필사가 독서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이세훈, <선택적 필사의 힘> 16쪽)
양념치킨이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라면, 프라이드치킨은 두 가지 일을 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일을 두 가지 하면 더 어렵지만 뿌듯하고 돈도 많이 번다. 양념치킨은 아이의 입맛에 비유할 수 있다. 프라이드치킨은 고급지고 맛을 음미하며, 맛을 즐기고, 마지막 한 입에 온몸이 전율하는 느낌이라 할 수 있다. 프라이드가 양념의 위라 할 수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학생글)
예시문을 고를 때, 비문학이나 칼럼은 논리력을 기르는 데 좋다. 반면 문학작품의 예시문은 표현력이나 어휘력을 기르는 데 좋다. 작문을 끝내고 나면 돌아가며 자신의 글을 낭독하게 하고 서로의 글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한다. 서로를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수업의 방법이 된다. 물론 장점만 얘기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좋은 문장을 가져와 문장을 충분히 살펴보게 하고 필사와 작문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면 학생들은 문장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된다. 문장의 흐름, 설명, 예시, 인용, 비교, 대조 등의 문장 구성 방법과 직유, 은유, 대유 등의 표현법 등도 쉽게 찾아내고 작문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문장을 잘 파악하는 학생이 문장도 잘 짓는다. 모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의 완벽한 샘플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참고서적 : 권정희 외, <청소년을 위한 필사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