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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an 17. 2024

글감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10화 일상에서 글감 찾기

책 쓰기 수업에서, 이미 주제를 정하고 수업이 한참 진행 중에 있어도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 이미 정한 주제로는 쓸 것이 없어서 주제를 바꿨다고 한다. 쉽게 편하게 페이지를 채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은 살짝 감춘다. 


세상에 쉽게 쓰는 글쓰기는 없다. 작가들이 저절로 만들어내는 것 같아도 글쓰기는 무수한 고뇌와 고통의 산물이다. 거저먹을 수는 없다는 말을 강조하지만 쉽게 접근하는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 이때 일상의 이야기를 쓰는 것을 권유한다. 평범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이 글이 될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며 특별할 것도 남에게 소개할 것도 없는 일상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과, 일상의 작은 경험 속에서 아주 작은 변화를 포착한다. 그리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인의 일상이라면, 아침에 일어나 버스(지하철)를 타고 출근하고 일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의 일을 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학생들의 일상도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가방을 챙기고 학교에 등교하고 점심시간을 보내고 오후 수업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온다. 이후 학원에 가거나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하는 것으로 하루가 끝난다.


흘려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이렇게 매일이 반복되는 하루의 일상을 나만의 특별한 소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매일 7시에 일어나는 기상시간이 어느 날은 6시가 되었다면? 이후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가족을 깨울 수도 있고 엄마의 아침 준비를 도울 수도 있다. 느긋한 하루의 시작, 여유 있게 하루를 준비하는 과정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어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지하철에서 빈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면? 또는 동창이나 직장 동료를 먼발치에서 보게 되었다면? 지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학생이라면, 등굣길에 자전거와 부딪혔다면? 계단을 세 개씩 건너뛰다가 발이 삐끗했다면? 수업 중 딴생각을 하다 지적을 받았다면?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일상의 삶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고 내가 만드는 세계다. '나'를 위한 그 시간, 내 세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훌륭한 글감이 될 수 있다. 바쁘게 생활하는 5일을 위한 주말의 달콤한 휴식,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파격, 한껏 게으름 피우는 하루, 건강을 돌보기 위한 걷기, 스스로 하는 정리와 청소 등. 결국은 나를 위한 시간이며 나를 돌보는 일상이 되고 글감이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입학, 졸업, 승진, 수상, 여행, 퇴사, 전학 등의 아주 특별한 경험은 중요한 소재가 되지만 매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고갈된다. 따라서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험보다는 일상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사소하고 작은 일상을 깊이 들여다 보고 글로 엮을 때, 더욱 진실된 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된다.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
   1. 반복되는 일상
   2. 일상 속 작은 경험
   3. 나를 돌보는 일들
   4. 일생에 몇 없는 특별한 경험


그럼 일상을 어떻게 엮으면 될까? 글쓰기의 모범은 시간을 정해 매일 쓰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같은 시간에 쓰는 것은 전문적인 작가도 실천하기 힘들다. 따라서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만들고 짧은 시간이라도 실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를 위한 노력은 우선, 나만의 글쓰기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종이와 펜은 필수. 일단 자리에 앉으면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10분 또는 30분 시간을 정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무작정 써 내려간다. 글의 맥락은 고려하지 않는다. 글의 순서나 표현이 틀려도 수정하지 않는다. 이상한 글이어도 상관없다.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과 생각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글쓰기면 충분하다.


아이들과의 활동에서는 '모닝 글쓰기'나 '10분 글쓰기(n분 글쓰기)', 또는 '저녁 글쓰기' 등의 명칭으로 시도해도 좋다. 글을 쓸 때는 글로 지면을 채운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부여해도 좋다. 접근하기 쉽게 '1분 글쓰기'로 시작해서 '1분 생각하고 1분 글쓰기', '3분 생각하고 3분 글쓰기' 등으로 시간을 늘려가면 효과적이다. 


n분 글쓰기 조건 :
펜을 멈추지 말 것, 아무 말이라도 쓸 것, 생각을 줄일 것, 완성된 작품을 쓰려는 욕심을 버릴 것,
내키는 대로 쓸 것.


*'세 줄 일기 쓰기'는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세 줄 일기 쓰기는 그야말로 세 줄만 쓰면 된다. 일기기 때문에 습관이 들 때까지 매일 점검하면 좋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하는 경우에는 밴드나 카페를 활용해서 매일 글을 올리도록 지도한다. 처음에는 단순했던 일기의 내용이 조금씩 개별화되고 다양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 줄 일기 쓰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오늘 있었던 안 좋은 일
②오늘 있었던 좋은 일
③내일의 다짐 또는 희망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 / 집에 돌아와 강아지와 산책을 하니 나쁜 기분이 사라졌다. / 내일 아침은 서두르지 않게 일찍 일어나야겠다.


이렇게 써서 모인 일기는 다시 읽다 보면 덧붙이거나 보충하고 싶은 내용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제목을 붙이고 글을 이어가다 보면 주제가 분명한 글이 완성된다. 물론 이 과정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즉 초고를 묵히고 또 묵히며 글과 거리를 두고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고 글 한 편이 만들어진다.


글쓰기는 일반적으로 '글감을 정하고, 제목을 붙이고, 초고를 완성하고, 퇴고하기'의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글쓰기 습관을 기르기 위한 글쓰기는 순서가 바뀌어도 좋고 글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세 줄 일기가 쌓이면 일기를 에세이로 바꿀 수 있다. 앞서의 세 줄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어 보았다. 에세이로 바꿀 때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들어가면 적당하다.

            

*에세이 쓰기 방법 :
①내가 경험한 일
②그 일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 
③성찰과 앞으로의 다짐 혹은 계획

오늘 학교 계단에서 친구와 부딪쳐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 까졌다. 지나가는 친구가 보건실까지 함께 가 주었고 교실까지 동행해 줘서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집에 돌아올 때는 다행히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집에 와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공원에서 우연히 보건실까지 데려다준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것이었다. 학교에서 도움받은 것이 고마워서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알고 보니 누구에게나 친절한 좋은 친구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투자하면 글을 완성할 수 있는 글감이 쌓인다. 하나씩 꺼내 글을 다듬고 멋진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차분히 돌아보면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부담을 버리면 매일 새로운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경기도 평생학습포털 지식 - '오늘부터 시작하는 일상 글쓰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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