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디카시, 웹소설, 생활글
책 쓰기 수업은 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한 단계로 진행된다. 또한 강의 이후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만들고 출판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수업의 긴장감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학생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분야는 시를 짓는 것이다. 실제 수업에서 여학생들의 경우는 시를 묶어서 책으로 만들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시는 짧은 글이지만 한 편에 한 페이지를 차지하게 편집해도 무난하다. 관련된 이미지나 일러스트, 사진을 첨부하면 책으로 만들어도 완성도가 있다. 평소 시 짓기를 즐겨하거나 시 짓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학생이라면 꾸준히 퇴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하게 해도 좋을 듯하다.
학생들은 평소 수업시간을 통해서도 한두 개, 서너 개정도는 자신만의 작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모으고 꾸준히 다듬는 기본이 갖춰져 있다면 시집을 출판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시 짓기와 관련된 수업은 한 차시, 2시간 수업을 진행했다. 시 짓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디카시'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가 결합된 용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느낀 시적 감흥을 디카로 찍고 그 느낌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시는 말로 설명해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보고 느끼고 쓰는 것이다. 무엇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 '참 좋구나'하고 마음이 끌린 것이 있다면 자신의 말로 짧게 쓰면 된다. 어떤 체험을 했을 때, 그 일에 대해 강하게 느낀 것, 깊이 생각한 것을 자신의 말로 짧게 쓸 수도 있다. 또 마음속에 언제나 품고 있는 생각, 남몰래 가지고 있는 생각을 짧게 쓰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본 것, 느낀 것, 체험한 것, 마음속의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주 재료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디카시는 출퇴근 길이나 등하교 길에서도 소재를 얻을 수 있다. 사소하지만 어쩌면 소중한 일상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등굣길의 풍경, 시험공부를 위한 중요한 내용을 적은 메모지, 도서관 서가에서 반쯤 뽑힌 책, 구석에 버려진 우유팩, 길거리 표지판 등, 늘 보는 일상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담으면 훌륭한 시가 된다.
대류, 열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코사인, 텐젠트, 암모니아
쓰잘때기 없는 것들을
친구는 일찌감치 버렸다.
나는 쓰잘때기 없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붙들었었다
(후략)
미후지, <쓰잘때기>
시의 재미는 익살의 재미가 아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뜨거워지고 풍성해지고 깨끗해지고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착해지고 진실해지고 순화되는 데서 느끼는 기쁨이며 만화나 수수께끼, 과학이나 수학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거기에 편안하고 솔직하면서도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면 더없이 좋다.
디카시 수업 이외에도 영상(ebs 지식채널, 영화 요약 영상 등)이나 이미지를 활용한 글쓰기는 짧은 글이나 시를 짓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번에 적은 모방하기 중 시를 패러디하는 수업도 좋은 방법이다.
가르친 학생들 중에서 소설 형식으로 글을 쓴 학생들도 3명이 있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나, 요즘 유행하는 인생 2회 차를 다루기도 했다. 웹툰과 웹소설이 드라마와 영화로 각색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시점에서, 웹소설 쓰기와 관련된 정보를 2-3차시 정도로 제공하는 것도 책 쓰기 수업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웹소설 경우에는 기본 패턴이 존재한다. 보통 '클리셰'라고 하는 공통된 흐름은 어느 정도는 공식화되어 있다고 한다. 클리셰는 그런 공식을 반영하는 정형화된 이야기의 흐름이다. 웹 소설에서는 클리셰 활용과 표절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흔하게, 다양한 작품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환생', '회귀', '빙의' 등은 기본적인 클리셰다. 이에 따른 환생이나 빙의, 회귀의 이점(전생의 기억) 은 자연스럽게 소설에서 연결되는 현상이다. 환생이나 회귀, 빙의 이전과 이후의 인물이 갖는 독창성은 작가의 창작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웹소설의 경우에는 연령이나 성별에 따른 선호도를 미리 알고 준비하면 좋다. 작가가 독자를 염두에 두는 것처럼 웹소설의 경우도 소비층의 취향을 반영해서 창작한다면 자신만의 독창성을 돋보이게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캐릭터의 완성, 캐릭터의 일관성 유지, 진행되는 사건의 인과관계, 개연성 등에 주의를 기울여서 플롯을 완성하면 된다. 웹소설을 좋아하고 글 쓰는 데 관심 있는 학생(작가)라면 시도해 볼만하다. 의외로 학생들은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하는 것 같았다.
남학생들의 경우는 스포츠 관련 내용을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그 방향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수업의 차수가 지나고 중반을 넘어서며 학생도 마감의 압박을 느낀다. 그러면서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나 농구, 배드민턴을 접하고 게임하거나 연습하게 된 과정, 코치에게 정식으로 배우는 배움의 과정을 쓰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비록 글쓰기는 늦게 시작했지만 배움의 동기, 단계,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조금 일찍 방향을 잡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은 경우였다. 일찍 주제를 잡고 일관되게 매주 한 페이지 분량 정도를 쓸 수 있었다면, 충분한 피드백을 통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생활글(에세이)이 만들어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