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선물

스타벅스 다이어리

by 바람

2020년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다. 몇 년 전부터 핫한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스타벅스 다이어리였다. 이번이 두 번째이니, 본인 말대로 엄마에게 잘하는 딸임에 틀림없다. 친구를 만나 친구에게도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친구도 엄마에게 선물로 주었고, 친구의 엄마가 무척 기뻐했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꽤 훌륭한 딸이라고 서로 자찬했다는 말까지 내게 전했다.


묵직한 다이어리가 없을 때, 나는 가볍고 작은 노트를 들고 다녔다. 하루의 간단한 메모, 중요한 계획이나 약속, 가족의 생일 등을 메모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머리로도 암기하고 정초에 일 년 치의 가족계획과 생일을 모두 표시하고 메모하던 습관대로, 휴대폰이 등장하고 나서도 그리고 휴대폰에 메모하는 중에도, 여전히 다이어리에도 따로 메모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의 기능은 훌륭하겠지만 나는 그 기능의 10분의 1도 활용하지 못한다. 그나마 활용하고 있는 것도 휴대폰이 바뀌는 지점이 되면 이전에 메모창에 적은 것을 제외하고는 달력에 적은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 그것들을 모두 옮기려면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묻지도 않았고, 아직 모른다. 겨우 주소록을 옮겨 지인들의 전화번호만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 받은 다이어리는 색도 예쁘고(내가 골랐지만) 안의 내지도(이것도 내가 골랐지만) 구획이 잘 되어 있어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된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무겁다. 평소 외출할 때 읽을 책 한 권, 필기도구 약간, 지갑과 다이어리까지 챙기면 가방이 묵직해지고 오래 걷다 보면 짐으로 느껴진다. 하나쯤 빼야 할 것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다이어리를 뺀다. 그 대신 메모할 공간만 겨우 있는, 사이즈나 두께가 절반 정도 되는 작은 수첩을 가방에 넣는다.


나는 수첩과 일기장을 따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다이어리(수첩)는 장지갑 사이즈에 얄팍한 것이다. 부드러운 비닐 커버로 덮여 있으면 더 좋다. 말랑말랑 마음대로 휘어지는 것이 좋고, 급할 때 주머니나 백에서 꺼내기도 편하다. 볼펜 하나 중간에 끼고 다니다 필요한 순간 메모하면 되고, 꽉 채워지면 연말에 완벽하게 쓴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선물 받은 다이어리는 빳빳한 커버에 두툼한 두께까지, 비주얼은 좋으나 내게는 그다지 효용은 좋지 않다. 딸이 가끔 숙제 검사하듯 뜬금없이 묻는다. “엄마, 다이어리 가지고 나왔어?”, “다이어리 잘 쓰고 있어?” 등등. 작년에도 초반에는 그랬고, 올해도 아직은 선물 받은 다이어리를 잘 쓰고는 있다. 질문이 무서워 동행할 때는 꼭 그 다이어리를 가져가지만 그밖에는 집에 두고 다닌다.


매일 저녁 집에 들어오면 상을 펼치고 작은 수첩이나 종이 쪼가리에 마구 메모한 것들을 딸이 준 다이어리에 다시 옮겨 정리한다. 완벽하지 못한 메모의 내용도 점검하고, 다이어리 내지의 용도에 맞게 잘 구분해서 필체도 반듯하게 메모를 옮긴다. 그러다 보니 이중의 일이 되어버렸다. 다이어리가 매일의 간단한 일상 적기가 아닌 다이어리 숙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끔의 숙제 검사를 위한 새로운 일. 아직은 열심히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분명 중간도 못 쓰고 내년을 맞을 것이 뻔하다. 대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내가 쓴 작은 수첩들은 서랍 한 곳에 일기장과 함께 나란히 누워 있다. 수첩도 그렇지만 일기장도, 크기도 굵기도 제멋대로다. 그 해에 생기는 수첩이나 노트를 메모용으로, 일기장으로 구분해서 활용한 것들이다. 딸이 선물한 다이어리의 용도를 고민하다 보니, 이것을 메모가 아닌 일기장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었다. 낮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조용히 하루를 돌아보며 그 날의 일들을 정리할 수도 있고, 종이 쪼가리에 적은 중요한 내용도 일기에 담아 놓으면 오래 기억하기도 좋을 것 같았다.


올해를 계기로 나의 일기장은 매년 딸이 장만해 주는, 늘 같은 곳에서 나온 같은 크기의 다이어리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 해가 지나면 서랍 한 구석에 누워 있어도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도 들 것이고, 책장으로 옮기면 책으로 변신할 수도 있고, 한 해의 기록으로 오래 남기고 보관하기에도 완벽할 것 같다. 다음에 또 딸이 물으면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잘 쓰고 있어. 올 연말에도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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