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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20. 2020

감기와 기침으로 자가 격리 중

마스크 착용하지 않으면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도서관 입구에 써 붙인 안내 문구다. 들어오자마자 손 세정제도 비치되어 있다. 바로 옆은 도서 자동 소독기다. 전에는 있어도 쳐다보지도 않던 것인데 요즘은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도서관 열람실이 조용하다. 이용하는 숫자도 확 줄었다. 열람실에서는 목 가다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전 같으면 심심찮게 헛기침도 마른기침소리도 들렸었는데, 지금은 기침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모두들 예민하다. 그래서인지 목 상태가 좋지 않아 기침이 잦은 사람들은 알아서 피하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예민한 이 시점에 나의 목 상태는 최상이었다. 잔기침도 헛기침도 마른기침도 나오지 않았다. 내 몸이 알아서 도서관의 상황에 적응하는구나, 싶었다. 덕분에 여유로운 좌석 공간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한동안 만족한 시간을 보냈다.


오가는 길의 풍경도 많이 달랐다. 가끔 큰 개를 만나면 멀리 둘러서 지나다니는데, 이번 사태 이후 애완견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도 많이 줄은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던 애완견과의 산책 장면을 정말 드문드문 마주할 뿐이었다. 다니는 사람도 적고 산책하는 애완견도 없으니 급히 다니던 길을 찬찬히 살필 수 있었고, 옹기종기 모여든 새들의 모습도 발소리를 죽이고 찍을 수 있었다.


눈이 오고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몸이 반응을 했다. 그동안 가족들 모두 걸리는 감기를 나만 비껴간다고 자랑삼아 얘기했던 것이 입초사를 떤 것이 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묵직했다. 그래도 읽던 책이 있어 도서관으로 갔다.


열람실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기침이 터졌다. 급히 물병을 찾아 진정시키려 했지만 허사였다. 사람들이 한둘 돌아보기 시작했다. 얼른 자리를 나섰고, 열람실 밖으로 나와 참고 있던 기침을 목이 시원할 때까지 했다. 목청도 가다듬고 목 상태도 다시 조절했다. 더 이상 간질거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열람실로 들어갔다.


10분이나 앉아 있었을까. 다시 기침이 터졌다. 이번엔 물병을 찾는 대신 마스크로 입을 막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 시원하게 기침을 하고 한참을 밖에서 서성거렸다. 들어가야 할지, 집으로 가야 할지 선택의 필요했다. 결국 집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읽던 책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은 아침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이전 같았으면 기침 때문에 집에 돌아가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사람들도 기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도 그러한 반응을 견딜 만큼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다.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겨울에 감기 걸리는 것이 무슨 큰일이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은 바로 연상되는 바이러스 때문에 열과 기침은 큰 사건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스스로 격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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