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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원 Feb 11. 2020

강아지 1

J는 강아지였다. J는 한때 아기였고, 바람이었으며 누군가의 동생이었다. 그 누군가가 아마 나였을 것인데, 나의 누이는 그의 누나가 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J는 새다. 아니, 천사인가?

나는 날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를 안고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다. 어째서.


이유를 묻는다면 해줄 말이 없다. 나도 모르니까. 그저 몇 초 전 J를 안고 창문으로 뛰어들었고 수직 낙하를 경험하는 대신 이렇게 떠 있을 뿐이다. 지면에 먼저 닿기로 되어 있었던 하반신은 예정과 다른 상황에 갈 곳을 잃고 허우적대고 있었다. 겨우 J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모습이란. 얼마나 우스꽝스러울지 창문에 반사된 모습이라도 보고 싶었으나 볼 수 없었다.

아마 볼 겨를이 없었을 테다. 떨어지기 싫었다. 나는 진지했고, 두려웠다. 겁에 질려 있었고,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문득 아래를 보고 싶었다. 이 지긋지긋한 매달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수지가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약삭빠른 자식. 소방관들이 대형 매트리스를 깔고 너 하나만을 기다리는 줄 아나 보지?


나는 시선을 아래로 돌렸고,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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