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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원 Mar 14. 2020

강아지 2

J는 개새끼였다. 애교 한번 부릴 줄 모르는 멍청한 놈. 그런 개새끼를 어느 날 내 딸이 데리고 왔다. 아이는 따라왔다고 하더라. 따라왔든, 안고 왔든, 그렇게 J는 내 집에 들어왔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으레 하는 약속("내가 밥도 맨날 주고, 산책도 맨날 시킬게!")을 하고 J를 키우기로 한 순간으로 돌아가 당장 내쫓으리라.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늙었다. J도 자랐다.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나는 더 늙었다. J도 늙었다.


아이들은 자기 삶을 찾아 떠났고 나는 늙는 게 싫었다. J는 더 늙었다.


약속은 나와 J만의 것이 된 지 오래였다. 내가 밥도 맨날 주고, 산책도 맨날 시켰다. 얽매여 있었다.

J가 싫었다.


J가 아프다. 기회다. J도 아픈 몸으로 오래 살고 싶지 않을 거다. 어떻게 아냐고?

늙는다는 건 그런 거니까. 내가 이랬으니 너도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 상태.

나도 그러니까, J도 그럴 거다.

내가 힘드니까, 아들도 이해할 거다.


J를 죽였다.

해방이다.

아들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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