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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나무 Oct 24. 2021

내 인생의 첫 기억 속엔 아버지가 계신다

인간의 기억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찮게  회자되고는 한다. 태아  때의  일도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에 주변의 사람들도

영웅담처럼  돌잡이 기억 등을 떠올렸다.


도  왠지 지고 싶지 않아 머릿속으로  나의 첫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외모의 평범함 못지않게  평범하고  편안한 지능을  지닌 탓인지  태아  때는 고사하고  서너 살까지 올려 잡아도 기억나는 게 없었다.


약간절을 맛보며 기억의 끈을 접어 넣으려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아련한 그림  하나가  있었다.


하얀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젊고 마른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대문 안으로 들어와서 자전거를 세우고 자전거 뒤에서 무언가를 들고 와서 나에게 주었다.


입이  짧은 데다  터울  가깝게 동생을 본 나를 위해   매일같이 퇴근길에  읍내 새로 생긴 제과  점에서   카스텔라   빵을  사 오셨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며  자란 탓에 내가 만들어낸 기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첫 기억 속에는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보다 선명한 확실한 기억은 그 태부터  이삼 년 지난  여섯 혹은 일곱 살 무렵인데  이때는 사진 속 원피스로 보아 확실한 시기를  알고 있다.


남보라 원피스를 입고 하얀색 타이즈를  신었다  엄마가 옷을  입혀주며   깨끗하게 입으라고  당부했던  말도 떠오른다.


그리고 아버지 손을 잡고 읍내에 다방에 갔다. 가서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은 없다. 그냥 아버지 손을 잡고 약간은 으스대고 약간은 수줍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를 끔찍하게 사랑하셨다는,  오십여 년  동네에서 처음으로 눈을 깜박이는  인혐을  딸에게 선물했던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이 장성하는 것은커녕  열 살이 는 것도 못 보고  내 인생에서 가장 추웠던 내 나이 아훕살  늦가을에  세상을  뜨셨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도, 목소리도, 온기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이제는 낡아서 흐릿하게 보이는 젊은 아버지의 사진 속의 얼굴만을 기억한다.  어떻게 웃었는지 어떻게 화를 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단편의 기억으로  남아서 내가 기억하는 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그저 내가 만들어낸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 인생의  첫 기억 속에 아버지가 있다.  따뜻하고 배려 깊은 모습으로


전혀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가 나의 첫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십여 년 이상을 불러보지도 못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나의  첫 기억 속에 아버지를 넣었는지도 모는다


어쩌면 젊고   푸르렀던   아버지의 지극한 딸 사랑 속에는 자신의 슬픈 운명과  딸에 대산 애잔함을 미리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의 첫 기억 속에는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가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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