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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나무 Oct 27. 2021

마흔에 엄마가 되었다 1

나는 마흔 살 정확하게 서른아홉 살 43일 되는 날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다.

그때는 엄마가 되면 되면 모든 것이 알아서 되는 줄 알았다. 불혹을 앞에 두고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십오 년의 세월이 지나 생각해 보니 내가 엄마가 된 것은 어쩌다가 그냥 엄마가 된 거였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스물몇 살에 엄마가 된 사람보다 더 준비 없고 모르는 상태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마흔에 엄마가 된 것은 결혼이 서른여덟이었기 때문이다.

2004년에 서른여덟의 나이로 결혼하고 엉겁결에 남편 따라 체코에 갔다.

결혼 후 일 년이 지나고 마흔을 앞두었을 때 태어나서 처음 걱정이 되었다.

마흔을 넘기면 엄마가 될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때만 해도 마흔에 첫 아이를 낳는 경우는 드물었다.


결혼 일 년 만에 한국에 와서 유명하다는 여성 병원에 갔다.

피를 그렇게 많이 뽑아보기는 처음이었다. 검사 결과를 받으러 갔을 때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 심드렁하게 시험관을 유도했다.  나이 때문일 수 있다면서.....


다음날 비행기를 탔다.

좀 우울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는 신의 뜻이라고 종교가 없는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자존심과 오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돌아가는 열 한 시간 동안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가 없어도, 엄마가 되지 못해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마흔이 되고 봄꽃이 흐드러졌다.

그런데 봄꽃 아래를 산책하다가 복통이 왔다. 처음엔 사알 살 아프다가 뭔가가 뱃속을 꼬집는 것 같았다.

며칠 동안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멀쩡하다가 아프다가.

근종이 하나 있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나 싶으니 겁이 났다.

말도 안 되는 나라에서 병원에 가서 그 증상을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또 심하지도 않아서 병원에 가야 하나 걱정을 하면서 슈퍼를 가다 잘 아는 한국 아줌마를 만났다. 외국인 친구들과 거리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심각했는지 무슨 일이 있냐고 해서 내가 증세를 이야기하며 병원을 물어보자 옆의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옆의 아줌마가 임신 테스트를 해보라고 영어로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좀 황당했다. 아니 배가 꼬집히듯 아픈데 웬 임신 테스트 싶었다.


알고 보니 간호사였다.

어쨌든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서 테스트기를 사 오면서도 긴가민가 했다.

내가 아는 임신은 헛구역질이나 생리 날짜가 늦어지는 것이었다. TV나 책에서 보통 그렀으니까 말이다.

무득 나는 임신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기를 사다 놓고도 얼른 사용하지 않고 한 사나흘을 보냈다.

배가 점점 더 아파 오자 테스트나 한 번 하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테스트기를 사용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둘이 두줄인 것도 같고 한 줄인 것도 같았다. 한 줄이 너무 약해서 알 수가 없었다.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 약사가 자기도 모르겠단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당장 산부인과에 갔다.

의사가 초음파를 보더니 임신이라고 말해다.

분이 참 이상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런데 아이를 십오 년 키워보니 그 순간이 가장 기뻤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참 감격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마흔에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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