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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나무 Oct 27. 2021

마흔에 엄마가 되었다. 2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의사에게서 임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었다.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나도 엄마가 된다는 그 사실이 행복했다.  나도 평범한 다른 사람 같은 삶, 인간으로서의 결손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사실 아이에 대한 생각보다 엄마라는 그 의미가 크게 와서 닿았다. 그때 조금 더 철학적이고 심오한 생각을 했어야 한다고 아이 키우는 내내 나의 생각 없었음을 후회하고 있다


입덧이 없었다.

뭐든 맛있었고 소화도 너무 잘되었다.

한 번은 남편과 모임에 갔는데  모처럼 다양한 한국음식이 나왔다.

외국에서 먹기 힘든 각종 전, 잡체, 갈비찜, 등 의 음식을 보고 나는 허겁 거리며 먹었다. 누가 뺏어갈 것도 아닌데 내 앞 접시에 수북이 쌓아 놓고 얼굴도 들지 못하고 먹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입덧은 없으세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잠깐 생각했다.

'입덧을 하는 척해야 하나'

나이도 많은데, 첫 임신인데 조금 힘들어 보여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앞접시의 수북한 음식과 내가 먹어 치운 음식을 생각하면 그러기도 늦었다는 생각에 쑥쓰럽게 웃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아픈 곳도 없었다. 정말이지 사십 년 인생에서 정말 건강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달랐다.

내가 일어서면 사색이 되었다.

그냥 누우라고 했다. 마흔에 초산이니 큰일 난다고 했다.

그래서 누웠다. 그리고 안정적이라는 14주가 넘어서 일어서니 정말 갑자기 배 밖에 안보였다.


몸무게가 한 십 킬로 이상 늘었다. 길거리에 나가면 임신 사 개월인데 사람들은  육칠 개월로 생각하고 육 개월쯤 되었을 땐 사람들이 이러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거의 임신 막달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담당 의사는 그저 괜찮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동양 여자라 아무리 살이 쪄도 자기네 살찐 여자 하고는 비교가 안되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외국에서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친구도 없고 그때는 카톡도 없고 한국으로의 전화도 잘 안되고 인터넷도 안돼서 임신과 육아에 대한 정보는 손끝만큼도 없었다. 그냥 잘 먹고 잘 쉬고 그렇게 지냈다. 그런데 나중에 애 낳고 알았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임신하면 영양제를 먹어야 하는데 특별히 먹은 것도 없고, 운동도 잘 안 하고 임신이나 육아에 대한 정보도 없고 정말 아는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내가 그때 잘못했다 싶어 수 없는 반성을 한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몸매를 보면서 그때 그러는 것이 아니었데 후회를 한다.

그냥 임신을 하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고 그렇게 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면 다 그러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도 없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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