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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나무 Nov 02. 2021

마흔에 엄마가 되었다. 4

2007.1.1일 아침 8시에 나는 아침을 먹었다.

전날 담당의사가 전화를 해서 빨리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성화를 했다. 내가 대학병원은 싫다며 망설이자 의사는 일단 내일 자신이 예약을 하겠다고 했다. 일찍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냥 상황이 나쁘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까 걱정이 되어 일찍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병원에 9시 전에 도착했다.


접수를 하자마자 이름을 불렀다.

진로를 본 의사는 아이가 나오려고 한다면서 바로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몇 시에 밥을 먹었느냐고 했다.  밥 먹고 여섯 시간이 지나야 수술을 할 수 있으니 2시 이후에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매우 정말이지 매우 당황했다.

나는 뱃속의 아이가 상태가 나쁜지 알았지 아이를 그렇게 빨리 나을 줄 몰랐다. 마흔의 초보 엄마는   아는 것이 없었다


여성병원 담당의사는 나에게 아이가 나오려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물었어야 했다. 나는 몰랐다.

마흔의 초보 엄마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수많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실수는 아침을 먹고 간 것이었다.

오후 두 시를 기다리며 나의 무지를 반성하고 반성했다.


수술 준비를 끝내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들어와서 혈압 200이 넘는 급한 화자가 들어왔는데 수술을 양보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나는 그쪽이 급하면 그겠게 하라고 했다.  세 시 반에 간호사가 와서 나는 수술실에 들어갔다. 응급이라 전신마취라고 했다. 내가 계획했던 출산에 대한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제왕절개 수술로 36주 3일 만에 무사히 딸아이를 낳았다.


마취에서 깨어난 것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이를 4시 43분에 낳았는데 나는 밤 11시가 넘도록 깨어나지 않아서 간호사와 친정엄마가 회복실에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그때는 대학병원 산부인과  시설이  낙후해서 수술실 밖에 제왕절개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산모들의 침대로 줄줄이 있었다.  의식이 돌아온 나에게 엄마가 말했다. 아이는 건강하고 2.64kg 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으니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그다지 반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때 정신이 없고 명확하지 않았다. 나에게 물어보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저 아이가 무사하고 2.64kg라는 것은 인지했다.


나는 의식이 돌아오면서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더 맞았다. 병실로 옮겨진 후에도 통증은 가라 앉아 않아서 하루 이상을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엄마는 내가 그저 누워서 끙끙대고만 있다고 걱정했다. 옆 방의 산모는 마흔한 살인데도 수술하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나는 하루가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이 심했다. 나도 일어 나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역시 마흔에 엄마가 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까지의 과정이 너무 순조로워서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지금까지 마흔에 엄마가 된다는 일이 신난 한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병원이고 35주에 태어난 아이라 일반 신생아실이 아닌 병실에 있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일어날 수도 아이를 보러 아이 병실에 갈 수도 없었다. 통증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신경이 잘못 잘려서 통증이 심한 거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사흘이 되는 날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겨우 아이 병실에 갔다.

병실 아이 면회는 부모만 되는데 아이 아빠는 외국에 있었고 나는 아파서 아이는 이틀 동안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아이가 막 태어나고 친정엄마는 아이를 보았다는데 나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너무 힘들게 들어가서 아이를 처음 보았다

작고 새빨간 아이는 뭐가 서러웠는지 온 얼굴에 힘을 주면서 울고 있었다.

간호사가 나에게 아이를 안겨주었다.

아이가 내 손가락을 잡더니 울음을 그쳤다.

내이름이 적힌 아이의 손목 팔찌를 보는데 울컥하면서 내 아이구나 네가 드디어 엄마에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아이의 작은 가슴을 안았다 아이의 심장 뛰는  소리가 스피커가 아닌 현실의 소리로 들렸다.

나는 마흔한 살로 넘어가는 일월에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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