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나무 Oct 20. 2021

초등 저학년  독서

 (3) 아이가 책과 친해지게 하는 방법

  많은 엄마들이 지속적으로 묻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책을 많이 읽게 하느냐고.    


  언젠가 젊은 시절 학부모들에게 책 잘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부모가 책을 잘 읽어야 한다. 그게 어려우면 아이가 책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어려서 아무도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를 해야지 책을 왜 읽느냐는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한 때 지독한 독서광이 되도록 나를 이끈 것은 우리 집 중마루에 가득 찬 아버지의 책이었다. 날마다 책들을 바라보면서 혼자 마루에 누워 있다가 그냥 아무 책이나 읽기 시작했다. 읽으라는 사람도 없고 읽어야 할 의무도 없는 그저 배경 같은 책들은 나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치게 해 주었다.    


  아이에게 읽으라고 책장 가득 채운 책은 아이에게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엄마나 아빠가 항상 읽는 책 들은 아이에게 호기심을 줄 수 있다. 식탁 위에 소파 위에 탁자에 놓인 부모가 즐겨 읽는 책들은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고 독서로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책 읽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모방하여 책을 읽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다. 어디에나 예외는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예외는 부모의 책 읽는 모습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느끼면 안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책을 읽으며 혼자서 고립된 모습을 보이거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읽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오히려 역 효과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이 따라서 읽게 한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느 날 집 앞 도서관에 데려갔다. 딸아이와 같은 반 친구를 만났다. 그 아이는 언니와 엄마와 왔는데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매주 세 사람이 최대한 빌릴 수 있는 책 21권을 빌려서 간다는 것이다. 순간 반성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혼자 책보지 말고 엄마랑 TV 보자는 망언을 서슴지 않던 나는 뜨끔 했다. 반성을 하면서 그 엄마와 휴게실에서 차 한잔 하는 사이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같이 책 보며 일기를 썼다고 자랑했다.     


  딸아이 친구의 일기장엔 그날 읽은 책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근데 우리 딸아이 일기장엔 모처럼 엄마랑 도서관에 와서 기쁘다. 00이 엄마는 책을 좋아해서 맨날 도서관이 오는 것이 부럽다며 자기 엄마( 즉 나)는 취미가 홈쇼핑 보기라서 도서관에 자주 못 오니 00 이가 부럽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살면서 가장 깊게 반성한 날 중의 하루였다. 변명 같지만 한 때 미친 듯이 책을 읽던 나는 그때 잠시 독서 휴식기였다. 일단 눈이 힘들어서 책을 읽기 어려워졌고, 늦은 나이에 직장 생활하며, 늦둥이 딸을 키우느라 책 읽을 시간도 없었다. 또 그냥 책이 좀 멀어지던 시기였다. 그런데 어린 딸의 눈에는 엄마는 책과는 거리가 먼 홈쇼핑을 즐기는 엄미로 보였던 것이다    


  부모가 책 읽기를 즐겨야 아이도 책을 즐겨 읽게 된다. 그런데 부모가 책을 읽기 힘들다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책에 노출되게 해야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는 것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억지로 독서의 의무를 가지고 가면 그건 공부나 똑같아진다.    


  가끔 보면 서점에 와서 아이에게 책을 강요하거나 억지로 읽게 하는 경우를 보는데 그런 경우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읽게 되지만 어쩌면 독서를 즐길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에 관심을 안 보이면 그냥 슬쩍 나오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러기를 반복하면 아이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수도 있다.    


  친구들끼리 간단한 독서 모임이나 신문 만들기 등의 활동도 독서에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매우 의욕적인 학생들이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의 활동에서도 그다지 두각을 못 나타내고 오히려 책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친구들과 같이 하면 좋은데 이때도 강제적으로 하게 하면 안 된다.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구분 짓고 독서활동 자체를 중요하기보다 친구들과의 친교 활동을 먼저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서서히 접근해야 한다. 부모의 욕심에 의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다가 책도 같이 읽으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쯤에서 한마디 조언하자면 아이들의 독서 지도가 힘들어질 때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기다려주고 참고 지켜보는 인내심이 없으면 결코 아이의 독서 활동을 부모가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언젠가는 된다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기다릴 수도 있어야 한다. 단 아이의 흥미와 읽기 속도 발달 등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아이가 스스로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초등 저학년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