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으로 직장인 취미 때우기
직장인 취미 가이드북 l 중급편 (2)
거창한 취미는 싫고 퇴근하고 나면 집에 가고만 싶다. 집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취미였으면 좋겠지만 컬러링북, 스크래치북 같은 너무 흔한 취미는 싫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단, 취미에 돈을 들일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의 준비가 다 되었다면 지금부터 레진공예를 시작해보자.
레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치과에서 말이다. 그 레진처럼 액체 수지를 딱딱하게 굳혀 만드는 것을 레진 공예라고 부른다. 레진 공예에 사용되는 레진이라는 재료는 크게 UV레진과 에폭시/크리스탈레진으로 구분된다. UV레진의 경우 UV조명을 쐬면 보통 3분 내에 굳어지는 특성이 있다. 하루 3분 레진공예라니, 3분정도 투자해서 취미를 얻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 UV레진 -
UV레진은 빠르게 굳고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가격이 매우 사악하다. 하지만 이 시국에 일본 제품 대신 국내 제품을 사용하면 보다 저렴하고 퀄리티 있는 작업이 가능하다. 국내 제품 기준 200g에 27,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30g(4,800원), 70g(10,100원) 등 작은 단위로도 판매되고 있으니 원하는 양만큼 구입할 수 있다. 연습도 하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려면 레진은 넉넉하게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용량으로 구입할 수록 g당 단가가 싸진다는 것도 꼭 알아두면 좋다.
값이 비싼 UV레진은 큰 작품을 만들기 보다는 작은 악세서리류를 만들기에 좋다. 판매되는 프레임이나 몰드를 구입하여 안에 레진을 채워넣는다. 색소를 섞고 싶다면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파스텔 가루나 볼펜잉크를 섞어주어도 좋다. 대신 많이 섞을 경우 투명도가 떨어져 굳어지지 않으니 아주 소량만 사용하도록 하자. 원하는 색상의 레진을 채워주었다면 이제 굳힐 차례. 이 때에도 한번 해보고 싶을 뿐인건데 굳이 비싼 젤램프까지 살 필요는 없다. 우리들의 희망, 다이소에서 3천원에 젤램프를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푸른 빛을 내는 UV램프의 조명을 쬐면 몇 분 이내에 액체 형태이던 레진이 굳어 플라스틱이 된다.
목걸이, 귀걸이 등 다양한 악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에폭시레진, 크리스탈레진 -
악세사리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레진공예가 맞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다. 레진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주 많기 때문이다. 레진으로 만드는 디오라마가 그러하다. 디오라마란 하나의 장면을 재현해 놓은 모형을 뜻한다. 레진으로 물 속을 표현한 디오라마, 풍경을 표현한 디오라마 등 아이디어에 따라 많은 것을 만들어볼 수 있다.
에폭시레진과 크리스탈레진은 거의 동일하다. 주제와 경화제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어 두 재료를 일정 비율로 섞어 사용한다. 섞이기 전에는 절대 굳지 않으나, 섞인 뒤에는 화학반응으로 약간의 열을 내며 굳는다. 굳는데에는 주변 온도에 따라 빠르면 2시간, 길면 하루 이상 걸릴 수 있다. 오래걸리는 대신 투명도가 좋고, 비용이 조금 더 저렴하여 큼직한 작품을 만들기에 좋다. (500g에 22,500원, 같은 샵 기준이며 UV레진과 달리 종류가 많은 편)
집에 안 타는 포르쉐(2천원상당)가 있다면 그걸 수장시켜볼 수도 있다레진공예는 사실상 기포와의 싸움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투명한 레진 작품 속 기포만큼 거슬리는 게 없기 때문이다.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주제와 경화제를 섞어주자. 아크릴과 글루건을 이용해 틀을 만들어 준다면 나중에 떼어낼 때 잘 떨어진다. 또는 뒤집거나 늘릴 수 있는 실리콘 틀도 좋다. 이렇게 준비된 틀에 잘 섞은 레진액을 넣어주고, 하루정도 기다려주면 끝이다.
물 속 깊은 곳에서 도사리는 상어의 모습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어항 속 모습을 재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도 좋다. 유리병 안에 레진을 넣어 유리병 디오라마를 만들어도 좋다. 레진의 투명성 때문에 물과 관련된 디오라마를 만드는 데 탁월하니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