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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의 직관 문화와 지역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확장

왜 자꾸 야구단을 창립한다고 난리인 건지?

by 야케터 엘자


약 10년 전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청주 야구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너무나 마을 잔치 같았던 기억이 있다. 1979년 건립된 청주 야구장은 구장이 작고 시설도 노후화되어 있었기 때문에(현재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관람하기가 매우 불편했었다. 더군다나 홈런이 많아 나와 투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데 “한화 홈경기, 청주야구장서도 개최해야” 한다는 기사(동아일보, 25.4.1)에서 ‘청주야구장에서의 올 시즌 경기 개최에 난색을 보이면서 충북도와 청주시가 유감을 표하고 있다.’는 인터뷰가 내용이 있었다. 한화 이글스 요구에 따라 인조잔디 교체, 외야 펜스 확장 등 시설 개설에 약 150억 원의 돈을 들인 청주시 입장에서는 애석하지만, 대전 새 구장이 생긴 마당에 노후화된 청주 구장을 사용하려나 싶다.


청주 야구장 전경


물론 한화이글스는 청주 구장에서 시작되었고, 충청도 팬층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가장 큰 문제는 1) 시설 노후화 2) 예산 문제 3) 선수단 컨디션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 문제를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청주시는 왜, 굳이, 한화 이글스에게 “몇 경기만 청주에서 하자~”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일까?




최근 야구계의 흐름이 달라졌다. 야구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게 되었다. KB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KBO 리그 총 관중 수는 약 780만 명에 달했다. 2024년은 천만관중(약 1089만 명)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시즌을 보냈다. 또한 지방 구단의 홈경기 평균 관중 수 역시 약 1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였고, 이는 단순 스포츠 소비를 넘어 지경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출처: 뉴스1


‘직관(직접 관람)’은 단순히 스포츠 소비 행위를 넘어 도시와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전(한화 이글스), 부산(롯데 자이언츠), 창원(NC 다이노스), 광주(기아 타이거즈) 경기 모두 경기장을 중심으로 관광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야구장 주변을 관광 허브로 꾸미고, 지역 먹거리, 체험 콘텐츠,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도시가 야구를 통해 팔리고 있는 것이다.


지방 도시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마케팅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비 관광 자원이 제한적인 지방에서는 ‘야구를 보러 오는 관중들’이 일반 여행객보다도 개런티가 되기 때문이다.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수만 명의 관중이 도시로 유입되고, 이들은 숙박과 외식 그리고 지역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실제로 주말 대전 성심당 앞은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MLB 경기 때도 성심당이 등장했다


야푸(*야구 푸드), 응원가, 야구장 룩 등 야구장 문화도 새롭게 생겨났다. 매표소에서 지류 티켓을 받은 관중이 치킨과 맥주를 들고 팀 응원가를 부를 때,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닌 그 문화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야구가 하나의 마케팅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시가 NC 다이노스 창단 이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단이 창출하는 지역 경제 효과는 연간 약 5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한 경기일 기준 평균 숙박 예약률이 비경기일 대비해서 약 17% 증가하였고, 인근 식당과 편의점 등의 매출도 경기 당일 평균 20~25%를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관광청 관계자의 인터뷰에서도 “사직 야구장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약 23%가 부산이 아닌 타 지역 출신으로, 야구 직관이 방문 목적 중 하나라고 말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창원 NC 다이노스


이는 실제로 ‘야구가 돈이 된다’를 실제로 증명한 셈이다. 야구가 단지 경기장이 아닌, 지역 관광 자산으로 확대하여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야구단 창설을 꿈꾸는 도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지역 사회를 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방안 중에 하나이니까! 하지만 이 좁은 한국 땅 덩어리에서 현재 KBO 10개 구단도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1) 리그 수준이 낮아짐 : 10개 팀 144경기이기 때문에 준비가 덜 된 선수들까지 끌어다 써는 수준, 시즌 중반이 지나면 팀 전력의 격차가 매우 심해질 정도.

2) 일부 구단 관중 편중 : 평일+신생구단일 경우는 관중 수가 적기 때문에 구단당 수익 차이가 극심.

3) 타이트한 리그 일정 : 돔 구장이 겨우 1개라 비/눈이 오면 캔슬, 심지어 작년엔 폭염으로 인한 캔슬도 발생해서 현재도 선수들의 휴식일이 매우 적음.

4) 거품 낀 FA 시장 : 구단이 늘어나면 선수들의 이적이 매우 치명타가 될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거품 금액이 어마무시할 것으로 예상(지금도 거품 잔뜩임).


Dall.E


야구가 돈이 되는 것은 맞지만,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은 극구 반대이다. 사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관리’이다. 모든지 과하면 피로감과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신생 야구단을 만들어 지역 상권을 강화하겠다-라는 되지도 않는 말을 뉴스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케터‘s 말풍선

“개인은 경기를 이기지만, 팀은 챔피언십을 이긴다.” – 베이브 루스 (전설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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