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의 시구는 AI가 하겠습니다?
야구를 다소 정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투수가 숨을 고르고, 타자는 타석에 서서 집중한다. 빠르게 경기가 진행되어도 2시간 반, 늦으면 5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90분 동안 공을 쫓아 뛰어다니는 축구, 야구와는 달리 느린 스포츠이다.
하지만 최근 야구를 소비하는 방식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KBO는 지금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팬 경험을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네이버는 2025 시즌을 맞이하여 ‘직관 챌린지’를 정규 시즌 전 경기로 확대했다. 팬들은 단순히 경기 보는 것을 넘어 MVP 예측, 경기 결과 맞히기 등의 미션을 수행하고 포인트를 얻는다. 이 포인트로는 굿즈나 티켓 교환이 가능하다. 팬의 관람 행위를 ‘게임화’하는 전략이다. 보는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로서 관중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팬들의 참여율을 끌어올리며 관람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팬의 행동을 수집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보면 팬 세분화 및 리텐션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 팬은 보상에 적극적 > 제휴 굿즈 프로모션을 더 자주 노출하자! / LG 팬은 참여율이 높음 > 커뮤니티 연동 기능을 강화하자! 와 같이 팬덤별 세분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자사 포털 ‘다음’의 스포츠 야구 중계 서비스를 리디자인 했다. 가장 큰 변화는 ‘AI 하이라이트 요약 기능’과 ‘필드뷰 시각화’이다. 복잡한 경기 내용을 AI가 자동으로 정리해주기도 하고 필드 전체를 위에서 보는 듯한 인터랙티브 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중계 방식 자체의 혁신이다. 팬들은 이제 해설을 기다리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플레이를 분석하고, 타구 속도와 궤적을 눈으로 확인한다. 이처럼 팬들의 단순 과람에 ‘기술적 즐거움‘이 더해지고 있다.
가장네이버는 팬의 참여와 인게이지먼트에 강점을 두는 방향, 카카오는 중계 기반 플랫폼으로서 시청 편의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O는 2025년 시즌 팬 성향 분석 프로젝트를 위한 입찰을 공식적으로 진행했다. 목적은 분명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야구를 소비하지 알고자 하는 것! 단순한 설문이라기보다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 시스템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티켓 판매, 광고 노출, 지역별 팬 특성까지 모든 마케팅 전략은 결국 빅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진다. 야구도 이제 하나의 디지털 산업이 된 셈이다.
MLB는 ‘Starcast’라는 시스템을 통해 선수의 모든 움직임을 3D 데이터로 기록한다. 이 데이터는 팬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중계화면에서도 각종 분석 그래픽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ESPN과 MLB.tv는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젊은 팬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NPB는 2023년부터 일부 구장에서 AI 응원 분석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관중들의 응원 패턴, 반응 시간, 볼륨 등을 분석하여 구단이 팬 서비스 전략을 세우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일본 역시 ‘데이터로 팬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야구를 더 빠르고 똑똑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 팬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정보의 나열’ 일뿐이다. KBO와 구단들은 지금, 기술을 감성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노력의 결과가, 야구를 더 오래 사랑하게 만드는 경험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